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가운만 걸린 채 텅 비어있다. 전국 의과대학 40곳 중 10곳의 수강신청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1학기 의대 수강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수강신청 인원은 총 4219명이다. 현재까지 개강을 미룬 곳은 5곳이다. 가톨릭대 의대는 예과 1학년과 본과 모두 개강을 4월 28일로 연기했다. 고신대와 제주대, 강원대, 울산대는 본과만 개강을 미뤘다./뉴시스

전직 의대 학장과 병원장 등 의료계 원로들이 올해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의대·병원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의료계 원로들이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나선 것이다.

대한의학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국의학교육학회 전현직 회장, 의대 출신 대학 총장 등 의료계 원로들은 4일 성명을 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년 정원(3058명)으로 설정하고,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총정원은 반드시 의료계와 협의해 구성된 합리적인 기구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고등학교 3년생이 대상인 2026학년도 정원은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그다음부터는 의사 인력 추계 기구 등을 통해 정원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시스템 붕괴의 길로 들어선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서로 합심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성명에 동참한 김한중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전 연세대 총장)는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3058명으로 하게 되면 의대 학장들은 휴학한 의대생들과 일대일 면담을 해서라도 이들을 복귀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빨리 정원과 관련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전날 전국 의대 학장 모임인 KAMC는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게 복귀 호소문을 보내 “지난 1년간의 여러분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여기엔 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 중심의 논의 구조로는 의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담겼다. KAMC는 “의대생들은 아직 면허를 가진 의사가 아니므로 의협에 속한 전공의, 기성 의사들과는 다르다”며 “의학 교육 기관인 의대를 의협이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종태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회장을 만나 올해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