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해 2033년엔 13%가 되게 하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내년부터 평균 소득의 43%가 되게 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가입자들의 납부액과 수령액도 달라지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월 소득이 309만원(올해 가입자 평균 소득)인 직장인 A씨의 경우, 올해는 매달 13만9000원을 보험료로 낸다. 내년엔 14만6500원으로 7500원 오른다. 이렇게 매년 7500원씩 올라 2033년부터는 매달 보험료 20만여 원씩을 내면 된다.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인 경우 보험료는 직장 가입자의 두 배 정도가 된다.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소속 회사가 분담하지만 지역 가입자는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 소득이 309만원인 지역 가입자의 경우 현재 월 보험료는 27만8000원이고 내년엔 29만3000원으로 오른다. 보험료 인상액(1만5000원)이 직장 가입자의 두 배인 셈이다.

그래픽=김성규

A씨가 65세부터 받는 연금액도 높아진다. 현행 연금 체계에선 한 달에 123만7000원(소득대체율 40%)을 받지만, 이번 개혁으로 9만2000원 늘어난 132만9000원을 받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군 복무 크레디트, 보험료 지원 혜택까지 추가로 받으면 연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생애 전체(40년 가입, 25년 수령)를 놓고 보면 A씨의 총보험료는 지역 가입자 기준 현행 1억3349만원에서 1억8762만원(인상액 5413만원)으로 오른다. 직장 가입자의 인상액은 절반인 2707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총연금액은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으로 2170만원 증가한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직장인은 2100여 만원을 더 받고, 2700여 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래도 생애 전체 보험료와 연금액을 비교하면 여전히 받는 돈이 1억원 이상 많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개혁안은 국민 연금의 소진 시기도 늦춘다.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 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수지 적자로 전환된다.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연금액이 더 많게 된다는 뜻이다. 2056년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된다. 이때부턴 그해 걷은 보험료에 국고를 더해 수급 연령이 된 사람에게 연금을 주게 된다.

그런데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고 소득 대체율을 43%로 높이면 기금의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 소진 연도는 2071년으로 각각 7년, 15년씩 늦춰진다. 다만 이는 연금 기금 투자 수익률을 4.5%에서 5.5%로 높인다는 전제다. 수익률 변화가 없으면 기금 소진은 9년 늦춰진다.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도 현행 체계를 유지했을 때보다 697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합의한 이번 연금 개혁안은 내는 돈과 받는 돈(숫자)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으로 ‘구조 개혁’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만 보면 이번 합의는 당장 급한 불은 끄는 수준에 가깝고 기초연금, 공무원 연금 등을 모두 합쳐 효율화를 꾀하는 ‘구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연금 개혁안 합의를 높이 평가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장)는 “연금 개혁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연금 개혁은 바로 산꼭대기로 갈 수 없고, 고개를 계속 넘어야 한다”며 “연금 소진까지의 시간을 벌고, 구조 개혁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산고 끝에 만들어진 굉장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국회 연금 특위에서 구조 개혁까지 논의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