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국민의힘 의원(맨 왼쪽)과 연금개혁청년행동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 개혁 법안 통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손영광(왼쪽에서 둘째)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는 “청년들과 미래 세대 입장을 대표해 납득할 수 없는 연금 개악 입법을 강행한 여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남강호 기자

여야 모두 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며 18년 만에 연금 개혁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개혁안은 급격하게 악화되는 연금 재정의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청년층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개혁안으로도 젊은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늘어난다. 내년에 20세가 돼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하는 A씨(월급 309만원 기준)가 있다고 치자. 현행(보험료율 9%, 소득 대체율 40%)에서 A씨가 40년(20~59세)간 낼 총보험료는 1억3349만원이고, 연금은 2억9319만원을 받는다.

그래픽=송윤혜

반면 연금 개혁안(13%·43%)을 적용하면, 총보험료는 1억8762만원으로 5413만원 오르지만 총연금액(3억1489만원)은 2170만원만 오른다. 더 많이 내고, 덜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 연금 제도에서는 A씨가 정년 후 연금을 받기도 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점이다. A씨는 2064년에 58세로 아직 정년 전이다. 기금이 소진되어도 연금을 못 받는 건 아니지만 재정이 투입돼 국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연금 소진 시점은 이번 개혁으로 약 8년 미뤄져 2064년이 될 예정이다. 정부 주장대로 연금 기금을 잘 운영해 1%포인트대 수익률을 본다고 하더라도 소진 시점은 2071년으로 7년 더 늦춰질 뿐이다.

반면 2026년 50세가 되는 B씨는 개혁안에 따르면 40년간 1억4126만원을 낸다. 그간 9% 보험료율로 돈을 냈고 앞으로 10년간은 단계적으로 오르는 보험료율의 적용을 받는다. B씨가 받는 총연금액은 3억6679만원으로 추산된다. 돈은 20대인 A씨가 더 많이 냈지만, 연금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50대인 B씨가 많다.

당초 정부는 보험료율을 세대별로 차등해서 인상하는 안을 제안했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년에 걸쳐 올리고, 40대 연 0.5%포인트(8년간), 30대 0.33%포인트(12년간), 20대 0.25%포인트(16년간) 올리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젊은 세대일수록 더 오래 많은 돈을 내야 하므로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정부안대로라면, 20대(월급 300만원 기준)의 총보험료는 약 1억7640만원이고, 같은 조건의 50대 총보험료는 약 1억3860만원이다. 두 세대 간 보험료 차이는 3780만원으로, 이번 합의안(4636만원)보다 900만원 가까이 좁혀진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모든 세대가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람마다 국민연금 가입 시기가 다른데 세대별 차등 인상을 하면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중장년층의 생계비 부담, 노인 빈곤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탓이었다. 또 세대별 차등 인상안은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어 이것이 진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이번 연금 개혁안이 결국 청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속하는 중장년층은 청년들보다 그 수가 많고 고소득층이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하루빨리 올리는 것이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소득 대체율을 높여 노인들의 생계비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 청년들이 사적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보험료율을 하루빨리 높여야 중장년층이 더 많이 돈을 내고 은퇴할 것이고, 이 혜택이 청년에게 돌아간다”며 “청년 세대 부담도 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지금 제도가 유지되면 보험료율 인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큰 부담이 청년 세대에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개혁의 혜택이 청년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가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더 뒤로 늦추려면 연금 구조 개혁, 자동 조정 장치 도입 같은 추가적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개혁은 앞으로 만들어갈 변화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진정 청년 세대가 만족하는 변화들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