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권한을 넓히는 시행규칙 발표를 다음 달로 미뤘다. 진료 면허제·미용 의료 자격 개방 등 의료계·의대생들이 반대해 온 여러 의료 개혁 방안도 추진을 중단하거나, 입장을 선회했다. 의대생 복귀 마지막 시한을 앞두고 의대생의 ‘미래 소득원’과 관련한 민감한 조치의 발표를 미루며 한발 물러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이달 안에 간호법 하위 법령 3가지를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다. 이 중 ‘진료 지원 업무 시행규칙’에는 총 50여 개의 PA 간호사 수행 가능 업무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모든 PA 간호사는 의사의 위임하에 진료·수술 기록 초안을 작성하고, 약물·검사 처방이 가능해진다. 숙련된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이에 더해 피부 봉합과 매듭, 절개와 배농(고름 짜내기), 동맥의 피를 뽑는 동맥혈 천자 등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이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관련 조문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담은 시행규칙은 5월이 되기 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표 연기가 사실은 ‘의대생 달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행규칙은 의료계와 의대생의 반발을 크게 샀다. 부실 의료를 조장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간호사에게 ‘밥그릇’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PA 간호사가 앞으로 하게 될 업무들은 그간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해온 일이다.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따도 1~2년간 수련을 하지 않은 일반의는 단독으로 환자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진료 면허제’도 없던 일이 됐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의대생 입장에선 의대 졸업 후 곧바로 피부·미용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 돼 “족쇄가 될 것”이란 반발이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이후 수차례 이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돌연 이달 들어 “정부는 개원 면허제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복지부는 “수련 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전공의 등 수련 현장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전공의의 내실 있는 수련을 위해 전공의와 수련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비의료인 미용 의료 분야 개방’에 대해서도 “의료 행위는 의사의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의료 행위는 의사가 수행한다는 기본 원칙에 변화가 없고, ‘미용 의료’와 ‘미용 서비스’ 영역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