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현상./뉴스1
'응급실 뺑뺑이' 현상./뉴스1

정신 질환이 만연하면서 의료 기관에 일시적으로 강제 수용되는 정신 질환자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 과정에서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하는 사례는 더 크게 늘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7591건이던 ‘응급 입원’ 의뢰 건수가 지난해 1만8066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응급 입원 ‘거부’ 건수는 214건에서 837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정신 질환자용 병상 부족 등으로 의료 기관이 수용하지 못하는 일이 증가한 것이다.

응급 입원 제도는 자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신 질환 추정자를 일시 입원시키는 제도다. 제3자 등의 의뢰와 의사, 경찰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정되면 경찰관 또는 구급대원이 정신 의료 기관으로 호송하며, 보호자에 대한 즉시 통지와 함께 3일 이내로 강제 입원시킨다. 전문의 진단을 받은 후 자해·타해 위험 등 계속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입원을 연장하고, 아니라면 즉시 퇴원시킨다.

경찰이 입원 대상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돌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기관에서 정신 질환자용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정신 질환자는 자해, 난동 등으로 인해 외상을 입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신 병원에서는 외상이 있는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 입원을 시키기 전에 일반 병원 응급실에 가서 외상을 치료하고 나서야 정신 병원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정신 질환자 강제 입원은 보호자 2명이 동의하거나(보호 입원), 광역 지자체장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해 가능하다(행정 입원). 그러나 보호자의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하면 환자가 “괜찮다”며 멀쩡한 척을 해 입원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입원 후 환자가 자신을 입원시키는 데 역할을 한 공무원이나 경찰을 비난하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도 정신 질환자 대응에 매우 소극적”이라며 “이렇게 방치된 환자들이 결국 증상이 더 심각해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