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세은심리상담연구소. 전문적인 상담 심리사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가정과 직장의 스트레스 등 심리 문제를 상담해주는 곳으로, 상담실 네 곳이 모두 차 있었다. 이곳의 월평균 상담 건수는 200~300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작년 7월 정부의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 상담 제공 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상담 수요가 늘었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3년 이상 상담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 연구소에 조언하는 안성희 홍익대 교수는 “상담은 정신 질환 치료라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관리한다는 인식으로 장기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장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친 이후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심리 상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상담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LG전자는 국내 사업장 12곳에 사내 심리 상담실을 두고,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총 6112건 상담이 이뤄졌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서울에 ‘마음챙김센터’를 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리 상담 붐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병원 방문을 기피해 상담 수준에만 머무르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상담사는 “정신과 방문 사실을 회사 등에서 알까 걱정해 병원을 가지 않고 상담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며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상담 센터를 찾은 이 중에 “헛것이 보인다” “죽고 싶다”면서도 “병원은 절대 안 간다”고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전문성 검증이 어려운 민간 자격증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상담 관련 자격증만 4000~5000여 가지에 달한다. 대표적인 예가 ‘상담 심리사’와 ‘심리 상담사’다. 전문 자격증인 상담 심리사는 관련 석사 학위에 더해 수련 감독자 아래에서 수년간 상담 경력을 쌓아야 자격을 얻는다. 반면 심리 상담사는 별도 수련 없이도 비교적 쉽게 자격을 딸 수 있다. 상담 자격증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