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나 희소 질환 치료에 쓰이는 고가(高價) 약에 건강보험 보장이 적용되기까지 평균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4년 건보 급여 목록에 올라간 항암제와 희소 질환 치료제는 총 112개다. 이 약제들이 건보 급여로 등록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317일로, 10개월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8개는 6개월 미만, 55개는 6개월 이상~1년 미만, 37개는 1년 이상~2년 미만, 2개는 2년 이상 걸렸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캡슐’은 등재까지 824일이 걸렸다. 유전성 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건조시럽’도 792일 걸려 건보가 적용됐다.

치료제가 건보에 등재되면 약값의 90~95%를 건보가 내게 돼 환자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심평원은 건보 등재에 앞서 약제 치료 효과에 비해 가격이 적절한지 등을 심사한다. 제약사가 심평원에 보험 적용을 신청하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약의 치료 효과와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평가한다. 심평원은 “최근 효과가 있는 고가 신약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보험 등재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급여 등재가 안 된 치료제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분류돼, 병원에서 처방받더라도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항암제 상당수는 한 달에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들어가 환자들이 보험 등재를 기다리다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성 백혈병을 앓던 12세 차은찬군은 2021년 6월 한 회 투약비만 5억원에 달하는 면역 항암제 ‘킴리아’의 건보 적용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건보에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은 혁신 신약 건보 제도를 통해 일단 사용 허가를 받은 약품은 모두 건보 등재를 하도록 한다. 희소 질환자를 돕기 위해서다. 미국과 일본은 대체 치료제가 없는 희소 질환 신약은 ‘우선 심사 제도’를 통해 신속하게 사용 승인을 내주고 있다.

서명옥 의원은 “암·희소 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가 지연돼 환자 생명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면서 “심사 절차를 효율화해서 꼭 필요한 치료제부터 심사 기간을 단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