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대회 후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공의·의대생과 기성 의사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선배들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등 투쟁을 요구하며 “선배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전공의·의대생이 (정부와의) 논의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앞두고 선배 의사들에게 휴진 등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위원장은 “(선배들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의학 교육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수긍하는 것인가”라며 “덮어놓고 학생들에게 돌아가라고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우리에게 엔드포인트 수정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협상력을 어떻게 올려서 정부를 상대로 부조리한 의료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 역할론을 놓고 의료계 내 세대 갈등, 사제 갈등이 좁혀지지 않을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도 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20일 투쟁에 선배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뜻을 개진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 수업을 듣기 위해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지난해 처음 휴학을 한 것도 개별적인 의견 표출이었고, 현재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그만큼 문제 해결이 미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강경 일변도인 전공의·의대생 대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한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가서 데모하고 성명서 내고 이 이상의 것은 할 수 없다”며 “지난해처럼 사직서를 내거나 휴진을 하는 것은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한 지역 의사회장은 “떼를 쓰는 건 (지난해 2월 의정갈등이 불거진 후) 지금까지 1년 2개월이면 충분하다”며 “기존의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지역 의사회장도 “교육과 수련을 거부하고, 기성 세대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의협 회장이 나서 정부와 대화하는 국면에 들어섰으니 기다려보고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 결과는 박 위원장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공의와 학생들이 직접 판단하게 해야 한다. 본인(박 위원장)이 일일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그게 전형적인 독재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