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인원 0명 - 22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지하 1층 본관 접수 창구 앞이 비어 있다. 대기석 84개에 앉아 있는 사람은 3명에 그쳤고, 접수 기기 화면에는 ‘대기 인원 0명’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박성원 기자
대기인원 0명 - 22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지하 1층 본관 접수 창구 앞이 비어 있다. 대기석 84개에 앉아 있는 사람은 3명에 그쳤고, 접수 기기 화면에는 ‘대기 인원 0명’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박성원 기자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성남시의료원 본관 지하 1층 접수 창구. 대기용 의자는 84개인데, 사람은 3명만 앉아 있었다. 1·2층에 나뉘어 있는 과별 진료실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비인후과·비뇨기과·내과 등에선 대기 환자가 없거나 1~2명만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시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붐비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의 4층 병동이 텅 비어있다. /박성원 기자

이날 4층에 있는 ‘41병동’에 들어가자, 병상들이 아예 빈 채로 방치돼 있었다. ‘통제구역,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은 병실에는 마치 창고처럼 보호자용 소파 등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 놓인 TV와 냉장고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2020년 7월 개원할 때 소아 병동으로 쓰려고 했지만 입원 환자가 모자라 아예 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성남시의료원은 509병상을 구축했지만, 허가받은 병상 수는 그중 299병상이다. 환자가 적어 병상이 그만큼 필요 없었기 때문에 210개는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299병상마저도 이용이 저조해 지난해 기준 이용률이 36%에 그쳤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공공 병원 성남시의료원이 오는 7월 개원 5년을 맞는 가운데,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 부문 손실만 412억원에 달할 정도라 ‘세금 먹는 깨진 항아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민 발의로 세워진 시립의료원이다. 2000년대 초 인근에 있던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이 문을 닫자 2003년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병원 설립 운동을 벌였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3~2005년 시립병원설립추진위 공동대표를 지냈고, 스스로도 ‘의료원 건립 운동 참여를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시 예산을 투입했고 공사가 진행됐다.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병실에 사용하지 않는 의자 등이 방치돼 쌓여있는 모습이다. /박성원 기자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처참하다. 개원 때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부문 누적 손실은 2417억원에 달한다. 성남시는 설립비 1691억원을 포함해 올해까지 4784억원을 출연했다. 적자 행진이 계속되자 어쩔 수 없이 세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국비 83억원도 보조금 등으로 지급됐다.

의료원이 문을 연 2020년 7월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였다. 병원이 자리를 잡아야 할 시점이었는데 운이 나빴던 셈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21년 하루 평균 583.2명이던 외래 환자 수는 팬데믹이 끝난 2023년 553.1명으로 오히려 줄었고, 지난해에는 498.2명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109명이다. 전체 299병상 중 3분의 1 정도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진 확보의 어려움도 크다. 의료원은 2022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17번의 공고를 내고 의사 24명을 뽑았지만 42명이 퇴사했다. 의사 정원은 99명이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의사는 57명뿐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의사 급여가 민간 병원의 80~90% 수준인 데다 ‘의료원 근무 이력이 의사 경력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겹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의사가 없어 직업환경의학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등 3개 진료과는 아예 운영을 못 하고 있다. 또 환자가 모자라다 보니, 의료원의 직원 정원은 1129명인데 현재 698명만 일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이 있는 성남 구시가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안팎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 등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다. 성남시 분당구 안에도 분당서울대병원, 차병원 등이 있다.

성남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원을 대학 병원에 민간 위탁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2023년 11월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공공 의료원 전체를 민간 위탁하는 방안은 전례가 없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