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노출되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천식, 폐렴 등 호흡기계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는 실증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호흡기계 질환보다는 심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는 허혈성 심질환 등의 위험성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2023년 12월 ‘비감염성 건강 위해에 대한 후향적 조사 연구’라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질병청에 제출했다. 연구에는 윤진하 연세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2017년 5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발생했던 강릉, 삼척 산불을 분석했다. 강릉 산불은 252ha, 삼척 산불은 765ha를 태운 대형 산불로 각각 213억원, 395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연구진은 산불이 발생한 강릉, 삼척 인근 지역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산불에 노출되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외래 이용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폐렴과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입원 횟수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노출이 호흡기계 질환 외에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다.

산불 지역에서 산불 발생 이전 2년간 심부전으로 인한 연간 입원 이용 횟수는 655건이었다. 그러나 산불 발생 이후 2년간 936건으로 42.9% 급증했다. 허혈성 심질환도 265건으로 25.5% 늘었다. 폐렴의 경우는 2552건으로 9.8% 증가했다.

산불이 호흡기계 질환 외에 심장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산불 연기에 초미세 먼지(PM2.5)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윤진하 교수는 “산불 연기 속 유해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혈관에 들어가면 혈압을 높이고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등 심장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물질이 산불이 꺼진 뒤에도 해당 지역에 남아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했다.

외래진료 역시 산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은 8450건에서 1만1756건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폐렴은 17.3%, 16.5%씩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