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9일부터 하와이로 10박 11일간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인 예비 신부 이모(29)씨는 숙박 예약비만 900만원이 들었다. 항공료는 160만원이 들었다. 이씨는 “아직 투어나 렌터카 등은 결제하지 않았는데 식비와 나머지 경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나올 것 같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더 걱정된다”고 했다.

최근 고환율에 여행 물가도 오르면서 예비부부들의 신혼여행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28일 결혼 정보 회사 듀오에 따르면 2022년 379만원이었던 신혼여행 평균 비용은 올해 965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며 그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데다, 환율 조건을 포함한 전반적인 여행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미국발 무역 전쟁 속에 1400원대로 치솟았다.

여행 업계에선 “최근 항공권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할인 항공권’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신혼여행 비용이 체감상 30%는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여행사 신혼여행 패키지는 통상 계약금을 먼저 내고, 출국 한 달 전 환율을 기준으로 잔금을 결제하는 구조다. 환율이 오르면 현지 숙소·투어 비용 등도 함께 올라 계약 당시보다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높은 유럽·미국을 대신해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 지역이 대안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결혼한 A씨 부부는 당일 저녁 8박 9일 일정으로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항공료 166만원, 숙박비 233만원, 식비·교통비·투어비를 포함한 현지 경비 230만원 등 총 650만원이 들었다. A씨는 “9일 일정치고 적당히 잘 즐기고 온 것 같다”고 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19년 1~5월 신혼여행 예약 비율은 하와이(23%), 푸껫·발리(14%), 괌(11%) 순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발리(30%), 하와이(22%), 몰디브(14%), 푸껫(10%) 순으로 바뀌었다. 발리가 하와이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로 떠오른 것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하와이의 경우 코로나 이후 항공료와 현지 호텔 요금 등이 50%가량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리가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