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탁란(托卵)의 시대

  뻐꾸기는 자기 둥지가 없고 다른 새(숙주종)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의 알은 숙주종의 원래 알과 모양, 크기, 색깔이 비슷하도록 진화했다. 숙주종을 속이고 그 품에서 부화해서 숙주종이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다. 이것을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더욱 놀랍고 얌체스러운 것은 뻐꾸기는 숙주종의 원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자기 알에서 나온 새끼가 먹이를 독차지하게 한다고 한다.

  새삼 뻐꾸기의 탁란을 떠올리는 것은 한국 민주화의 적통(嫡統) 정당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을 친북-종북 좌파 세력과 586세대가 접수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야당이 숙주종이고 이들 주사-좌파 세력은 뻐꾸기의 존재 같은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뻐꾸기 좌파 세력에 ‘이재명’이라는 또 다른 뻐꾸기가 탁란을 해 전통 야당을 쌍으로 접수한 듯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더블 탁란’ 현상으로 지금 한국에는 ‘뻐꾸기’만 있고 진정한 야당, 전통의 야당, 견제의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배운 야당은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다음 집권을 준비하는 대안(代案)으로서의 존재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다. 오히려 집권당의 냄새가 난다. 거만하고 비대하다. 정부·여당이 요구한 77건의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대통령과 그 부인이나 물고 늘어질 뿐 아니라 없는 것을 만들어서 퍼뜨린다. 좌파 시위에나 올라타고 SNS 정치에나 몰두한다. 이제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당대표 한 사람의 방탄놀이에 올인하고 있다.

 [동서남북] 16강보다 훨씬 어려운 법사위 통과

  온 국민이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대하는 요즘, 과학기술계가 ‘16년 만의 통과를 염원’하는 법안이 있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를 추가 선임할 수 있게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다. 기존처럼 변호사는 대리인으로 필수 선임하고, 필요한 경우 변리사를 추가 대리인으로 둘 수 있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다. 특허 분쟁에 휘말린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 기술에 전문성 있는 변리사를 추가 선임하면 유리해 법안 통과를 촉구해 왔지만, 변호사 등 법조계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17~20대 국회에서 2006·2008·2013·2016년에 각각 발의됐지만 한 번도 본회의까지 가지 못하고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폐기됐다. 이번 개정안이 지난 5월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자 과학기술계가 고무된 이유다. 앞서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공학한림원 등 4개 단체가 “우리 기업들이 산업재산권 침해로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냈고, 벤처기업협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10개 단체는 “변호사 단독으로는 복잡한 기술에 대한 특허분쟁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며 변리사 대리를 허용해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사설] 화물연대에 얕보인 정부가 자초한 파업, 이번이 기로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 27일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입 물량은 평소보다 80% 이상 감소하는 등 울산·의왕 등 전국 주요 항만과 물류 기지의 물동량이 뚝 떨어졌다. 석유화학·철강 업체가 밀집한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에서는 생산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지난 6월 운송 거부 사례 등으로 볼 때 하루에 손실이 약 3000억원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주유소 재고가 바닥나는 등 그 여파가 국민 일상생활까지 미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파업에 불참한 화물차에 쇠구슬 추정 물체가 날아와 대형 앞 유리가 깨지고, 운전자가 유리 파편에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일을 하는 화물차에 계란·물병 등을 던지거나 운행 중인 화물차를 가로막고 운전기사에게 욕설 등을 퍼붓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위험한 폭력 행위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정부는 범인을 잡아 처벌해야 한다.

 [기자의 시각] 빈 살만의 길, 김정은의 길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닮은 구석이 있다. 첫째, 둘 다 ‘왕족’이다. 사우디 정식 국가명이 아랍어로 ‘알 맘라카 알 아라비야 앗 사우디야(사우디아라비아 왕국)’다. 의역하자면,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알 사우드 가문의 왕국’이란 뜻이다. 빈 살만과 그의 부친, 조부의 성씨가 ‘알 사우드’다. 북한은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겉옷을 입고 있지만, 실상은 김씨 세습 왕조다.

  둘째, 정식 후계자가 아니었다. 빈 살만은 수많은 왕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왕위 계승 우선권은 그의 삼촌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와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에게 있었다. 그러나 빈 살만은 ‘이방원의 난’을 방불케 하는 권력 투쟁으로 경쟁자를 모두 물리치고 세자에 올랐다.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다. 이미 집권했는데도 불안감에 암살조를 보내 독극물로 살해했다. 김정남은 김일성의 장손, 김정일의 장남이었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 넷째 부인 고용희의 둘째 아들이었다. 고용희는 북한에서 ‘반쪽 바리’ ‘후지산 줄기’로 취급받는 재일 교포 출신이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도 고사포로 처형했다. 셋째, 둘은 MZ 세대다. 85년생인 빈 살만은 서른둘이던 2017년 실세 왕세자가 됐다. 84년생인 김정은은 스물일곱이던 2011년 집권했다.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사막의 이스라엘이 세계적 창업국가로

  1973년 10월 6일,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부르는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날은 유대인의 ‘속죄일’로 모든 국민이 온종일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단식하며 그동안 지은 죄를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용서를 청하는 날이었다. 방송국 등 나라 전체가 고요히 쉬는 날로 거리에는 차 한 대 다니지 않았다. 속죄일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병영을 떠나있어 기습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이를 이용해 이집트와 시리아가 아래위에서 동시에 기습했다. 이집트는 75만 명의 병력과 탱크 3만2000대, 소련제 미사일까지 총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기습당한 이스라엘의 피해는 막심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시나이 전선의 모래언덕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골란고원이 점령당했다. 특히 지난 전쟁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 주었던 이스라엘 전차부대와 전투기는 이집트군이 쏘아대는 성능 좋은 소련제 미사일 공격에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개전 48시간 만에 이스라엘은 17개 여단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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