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악한 처우, 꺾인 사기, 초급 간부가 무너지면 안보 흔들린다

군의 척추인 초급 간부들 사기가 바닥이란 우려는 과장이 아니었다. 본지 취재진이 찾은 최전방 수색대대 초급 간부들은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컨테이너형 가건물에 기거하고 있었다. 이들이 받는 당직 근무비는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으로,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월 67시간까지만 수당을 준다. 병력 부족으로 어떤 부대 위병소에선 병사 대신 부사관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월 8만원의 주택 수당이 26년간 동결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이 급증하고 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초급 장교의 70%를 공급하는 학군장교(ROTC)의 지원율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ROTC 후보생 지원율은 0.92대1로, 선발 예정 인원을 밑돌았고, 실제 선발된 인원은 필요 인원의 51%에 그쳤다.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복무 기간은 병사보다 훨씬 긴데 ‘병장 월급 200만원’ 추진으로 받는 돈은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ROTC뿐 아니라 사관학교, 대학 군사학과, 육·해·공군 부사관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역사상 모든 전쟁은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 자질의 격차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들의 사기가 엉망이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병 복무 기간 단축’ ‘병사 월급 200만원’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초급 간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높이는 것이 국방 개혁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 이유다.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개성공단 中에 팔아넘기나, 무단 가동 이어 투자 유치 시도 

2004년 12월 15일 저녁 개성공단에서 ㈜리빙아트가 생산한 ‘통일냄비’ 1000세트가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판매되었다. 당일 완판되어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는 대기표를 받는 등 인기 폭발이었다.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냄비지만 개성산(made in gaesung)으로 ‘통일’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모자란 물량은 서울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충당했다. 소비자들은 냄비를 통해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일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개성산이었지만 공장 건설은 물론 철판도, 냄비 주조용 틀도 서울에서 가져갔다. 공장 가동의 핵심이었던 전력도 남측 문산변전소에서 10만kw를 송전하였다. 통신은 KT, 용수는 수자원공사 등 모든 인프라에 남북협력기금이 1조원 투자되었다.

평당 15만원의 저렴한 토지 사용료와 100달러가 안 되는 근로자 월급이 고임금에 시달리던 남한 기업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범단지 15개 입주업체는 초기 투자 부담을 무릅쓰고 공장을 지었다. 남북 당국은 투자 보장, 이중 과세 방지, 청산 결제, 상사 분쟁 해결 등 수백쪽에 달하는 4대 경협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공단의 안전성 담보에 주력하였다.

공단은 북한 영역에 위치한 관계로 동남아 등 다른 공단과 달리 통제가 심했고 자유로운 출입이 어려웠다.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보위부의 감시는 큰 걸림돌이었다. 매년 임금 상승 속도도 시간이 갈수록 당초 합의와 달리 빨라졌다. 현장에서는 공장의 효율적 가동보다는 보위부의 체제 수호가 우선이었다.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인건비는 장점이었지만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통행 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는 중국과 동남아 공단에서는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시론]스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 진실은 무엇인가

지난 6월 5일은 ‘세계환경의날’이었다. 1968년 스웨덴 유엔대사의 제안으로 1972년 6월 5일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린 것을 계기로 유엔총회가 정한 날이다. 세계환경회의가 열린 배경은 1960년대 스웨덴 등 북구 호수의 산성화 원인이 독일 등의 공업화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임이 밝혀지면서 양자 협상이 한계에 부딪치자 국제협력의 장을 열게 된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환경오염은 국제기준과 국제협력, 지역협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1.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가압경수로형 원자로의 냉각장치 파열로 노심 용융이 일어난 중대 사고였으나, 1m 두께의 격납용기 덕분에 방사능 노출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정한 연간 피폭량(50밀리시버트) 기준보다 낮았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비상사태 대비로 당국이 임산부와 미취학 어린이들의 대피를 공지하자 대상의 다섯 배인 10만 명이 대피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공교롭게도 사고는 최악의 원자력 재난과 은폐 시도를 그린 영화 ‘차이나 신드롬(China Syndrome)’이 개봉된 지 12일 만에 일어나 공포를 더 키웠다. 사고 나흘 뒤 지미 카터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 정치인으로서 “미국은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후 미국이 원전 건설 허가를 내준 것은 2012년이었다. 미국인 최초로 1962년 지구궤도를 비행한 우주인 출신의 존 글렌 상원의원은 방사선 노출이 자연방사선이나 엑스선 촬영 정도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기자의 시각]청년도약계좌 금리, 겨우 이 정도?

“무려 5년을 부어야 하는 적금이라 가뜩이나 가입이 망설여졌는데 금리 수준을 보고 나니 더더욱 할 이유가 없어졌네요.”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출시하는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금리 수준이 지난 8일 공개되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 파격적인 금리를 기대했지만 그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베일을 벗은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고금리는 연 5.5~6.5%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연 6.5%)을 제외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6%, 지방은행이 5.7% 안팎이었다. 일반 적금 금리에 비하면 높은데도 왜 이런 불만들이 쏟아지는 걸까.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70만원 내에서 적금을 넣으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과 이자 비과세 혜택을 합쳐 5년 만기 시 최대 5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대로 실행되려면 금리가 최소 연 6%를 넘어야 한다. 특히 5년짜리 장기 상품이라 ‘금리’가 흥행의 관건이다.

그런데 5대 은행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하한선’인 연 6%를 딱 맞췄다. 연소득 2400만원 이하여야 적용되는 저소득층 우대금리(0.5%포인트)를 빼면 실제로는 6%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조용헌 살롱]가수 김완선과 춤 DNA

대학의 축제 공연 무대에서 보여준 가수 김완선의 댄스 음악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이 공연 장면은 60대 초반 필자에게도 기쁨을 주었다. 어지간한 가수들 노래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는 나를 김완선의 댄스와 그 현란한 율동은 격발시키는게 있었다. 문제는 댄스였다. 어떻게 50대 중반 나이에 저렇게 흥겨운 율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 30여 년 전에 보았던 김완선이 아직까지도 저런 몸동작을 유지하고 있단 말인가. 80년대 후반을 기억하는 중장년들에게 강력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면서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그 메시지를 전달받고 드는 생각은 ‘고목에 꽃이 피었구나. 고목에 꽃이 피면 부르는 게 값이다’였다. 제철에 피는 꽃보다는 수십배의 값어치가 있다. 김완선 팔자는 고목에 꽃이 피는 팔자로구나!

50대에 도교의 연단술(煉丹術)을 익혀 임독맥(任督脈)이 뚫리면 회춘이 된다. 이를 고목에 꽃이 피는 것에 비유한다. 김완선은 연단술을 익히지도 않았는데 저런 상태라면 이건 팔자라고 보아야 한다. 팔자에는 DNA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혈통을 무시할 수 없다. 혈통을 과도하게 신봉하면 골품제(骨品制)로 빠지지만 말이다.

김완선의 외할아버지가 유명한 춤꾼이었다고 전해진다. 학(鶴)춤과 태평무에서 한 획을 그은 한국 근대춤의 아버지라고 알려져 있다. 전라도는 명창과 소리꾼이 많이 배출되었고 경상도 한량들은 학춤을 잘 추는 전통이 있다. 학춤의 기원은 멀리 신라 화랑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화랑도의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수련 방법이었다. 외조부는 학춤 전문가였다고 하니 그 혈통과 전생의 인과(因果)가 축적되어 손녀딸 김완선의 댄스가 탄생한 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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