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같은 반 친구의 팔을 깨물었다고 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의 목을 꽉 끌어안았고, 친구가 울음을 터뜨리자 교사가 아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친구 팔을 문 것이라고 했다. 물린 곳이 빨갛게 부어올랐다고 했다. 약국에 가 멍 크림과 재생 연고를 사고,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짤막한 편지를 써서 어린이집 편으로 친구 집에 전달했다. “괜찮다”는 답신이 왔으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19개월 된 아이에게 깨무는 버릇이 있다. 품에 안겨 있다가 갑자기 어깨를 물기도 한다. 한 번은 친구와 장난치다 등을 물어서 치아 자국이 난 적도 있다. “물면 안 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거야”라고 혼내면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아직 “엄마”라는 말밖에 못 하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어려서 그런다고 해도 우리 아이 때문에 다친 아이를 생각하면 잠이 안 왔다.
깨무는 버릇이 고쳐지기 시작한 건 소아과 의사 선생님에게 ‘숙제’를 받은 이후였다. 아이가 콧물을 흘려 소아과를 찾은 날, 진료와 상관없는 깨무는 버릇에 대해 물어봤다. 세 돌 전까지는 ‘물면 아프다’라는 것을 아이가 인지하지 못하고, 특히 말을 못할 때는 손짓·발짓·눈짓으로만 욕구를 표현해야 해 무는 행동을 더 자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물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며칠간 적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보라면서, 수험생 때 오답노트 만들 듯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 날 그 상황을 적어보라고 했다.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도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깨무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렇게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깨물기를 한 날 아이와 보낸 하루를 복기해 적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궂은 날씨로 외출하지 못한 날, 전날 밤늦게 잠자리에 들어 평소 낮잠 시간보다 이르게 잠이 쏟아진 날, 창문이 없는 곳에 1시간 이상 머문 날 깨물기가 잦아진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미세 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내려도 마스크와 우산을 챙겨 짧게 아파트 단지를 산책했고, 잠을 충분히 못 잔 날에는 아침·점심을 일찍 먹이고 1시간 정도 낮잠 시간을 당겼다. 장난감에 싫증을 낼 땐 창밖을 보며 자동차와 사람을 구경했다. 그랬더니 깨무는 행동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정에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알림장에는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로 시작하는 짧은 글을 남겼다. 며칠 후 하원 날,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제는 아이가 친구들을 깨물지 않는다”면서 “조언이 돌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돌덩이 같았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오답노트를 폈다. 아이의 오답노트인 줄 알았는데 부모의 오답노트였다. 볼펜으로 노트 끝줄에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라고 눌러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