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표이던 작년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우리나라에도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기고 그 주식의 30%를 국가(국부 펀드)가 보유하면 국민이 세금을 덜 내도 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성공한 기업의 지분을 빼앗자는 것은 아니고 투자를 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나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가상한 일이다.

다른 한편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면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이나 되고 펀드나 연금을 통한 간접 투자까지 감안하면 전 국민이 주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다 대선도 임박했으니 이런 공약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라도 주식 투자자는 자기 책임하에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이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인데 나라가 이들을 위해 주가를 올려주려고 애쓴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기업의 경영자(대주주이든 전문 경영인이든)는 주가를 올려야 성과급도 두둑이 받고 연임도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주가를 올리는 데 진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경영자에게 맡겨 놓을 일이지 나라가 나설 일이 아니다.

배당을 많이 하고 자사주를 취득, 소각한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 미래에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기업으로 간주되어 주가가 떨어진 사례도 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를 반영한다. 기업이든 나라든 성장과 발전은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만 가능한데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목돈을 없애버리는 자사주 소각은 성장, 발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테슬라 같은 기업은 자사주 취득, 소각은커녕 배당도 한 적이 없지만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엔비디아, 아마존, 넷플릭스 등 투자만 계속하는데도 주가가 오른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이 생기게 하고 싶은 게 아닌가?

고질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를 올리려면 K엔비디아 구상을 발전시키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다. 나라가 투자를 하는 것보다 정당들에 한 10년 치 정당 보조금을 한꺼번에 주고 우리 기업의 지분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팔아서 쓰게 하면 정당들이 기업의 이익 창출과 주가 상승에 애쓰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재정 수입은 기업의 이익과 주가에 결정적으로 좌우되지만 정치인들의 반기업 정서는 날로 더 심해지고만 있어서 생각해 본 궁여지책이기는 하다.

굳이 엔비디아를 예로 든 것은 아마도 이 회사 시가총액이 2000년 불과 22억불에서 2020년에 147배, 지금은 거의 1300배가 된 것처럼 우리도 1300배의 투자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이런 기업이 있어야, 생기게 해야, 투자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우선 초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해서 연구직뿐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해서 주 52시간 노동 규제에서 자유롭게 해 주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면제해 주고,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유니콘의 사업 대부분을 한국에서는 시도도 못 하게 만드는 규제들은 철폐될 것이고, 미국이나 중국에 없는 규제는 즉시 철폐하자는 법안이 민주당에서 발의될지도 모른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철회될 것이다. 이 개정안이 경영진들로 하여금 주주 중 가장 위험 회피적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 과감한 투자를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예에서 보듯이 신생 기업에 투자해서 수백, 수천 배의 이익을 내는 것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표를 의식해서 가정용 전기료는 덜 올리고 기업용 전기료를 대폭 인상해서 한전은 물론 많은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짓만 시정해도 이 기업들의 주가를 당장 올릴 수 있다. 주 52시간 노동 규제 완화가 어디 신생 기업에만 필요하고 반도체 산업의 연구직에게만 필요하겠는가? 한두 신생 기업의 주가만 올라서 코스피 5000이 되겠는가? 총체적인 주가 상승을 실현할 길이 안 보이는가?

이미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나라가 살 길은 과감한 투자밖에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절감하게 해야 한다. 표가 많다고 소액 주주와 노동자 편만 드는 정치가 투자를 저해하여 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온 국민이 깨닫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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