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들이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 추락의 원인이 ‘이종섭’과 ‘황상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 도태우·장예찬 공천 취소로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한동훈이 이를 호도하려고 ‘이종섭 즉시 귀국’과 ‘황상무 자진 사퇴’로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주 서울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5%p(한국갤럽 조사)가 빠졌다. ‘채 상병 수사 방해’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주(駐)호주 대사에 임명되고 공수처 출두, 출금 해제, 호주 출국이 진행되는 시기였다.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된 지난 4일부터 온라인상에서는 ‘이종섭’이란 키워드가 ‘비명횡사’를 삼키기 시작했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은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그런데도 보수 유튜버들은 꺼져 가는 이슈였는데 한동훈이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해 ‘이종섭’과 ‘황상무’로 윤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차라리 이번 총선에 지더라도 101석을 얻고 말자는 주장도 나왔다. 의석을 좀 더 얻어봐야 한동훈에게만 도움이 될 테니 대통령 탄핵 저지선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인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를 봐서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과거 ‘친박’들은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안전핀을 만들기 위해 2016년 총선 공천에 손을 댔다가 선거도 지고 탄핵도 못 막았다.
이런 식의 얘기는 대개 현직 대통령과 차기로 부상한 대선 주자의 관계를 이간시킬 때 나오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갈등 조짐이 나타날 때 그 정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 여권의 대선 주자로 오세훈을 비롯해 원희룡, 나경원도 있다. 매번 그렇게 할 것인가.
이번 총선의 선거전은 여야 지지율이 30%대인 운동장에서 시작됐다.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을 쫓아야 하는 한 위원장과, 국정 운영의 뱡향을 조정하면 밀린다고 생각하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였는데, 일부 보수 유투버들은 무슨 의도인지 두 사람의 관계를 벌리려 했다. 툭하면 ‘윤 대통령이 대노했다’면서 자신들 주장에 윤 대통령 의중이 실린 것처럼 방송했다.
선거를 앞두면 좌우 진영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대방의 약점과 실수를 확대 재생산한다. 하지만 같은 악재에도 우파와 좌파의 반응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좌파는 민주당의 ‘비명 횡사’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열심히 합리화해 준다. 도저히 감싸주기 어렵다 싶은 이슈는 외면해 버리고 만다.
우파는 다르다. 도태우 공천 취소 같은 문제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동훈을 비판하는 보수 인사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윤·한 관계’를 둘러싼 일부 보수 유튜버의 방송은 선(線)을 넘었다. 황당한 주장도 반복되면 ‘정말 그런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파는 자중지란, 좌파는 일사불란’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종섭 자진 귀국과 황상무 자진 사퇴를 받아들였다. 한 위원장도 친윤이 이의를 제기했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명단 조정으로 봉합했다. 이제 여당의 발목에 달려 있던 모래 주머니들이 거의 제거됐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등판 이후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는 듯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조국혁신당도 선거판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한번 페이스를 잃은 추격전에는 두 배, 세 배 더 힘이 들어가지만 국민의힘으로선 다른 길이 없다. 그러자면 ‘윤·한 관계’에서 비롯된 새 악재(惡材)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