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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국이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도(感度)가 다르다. 대응, 경험, 기억이 다르다. 계엄-탄핵 정국도 그렇다.

‘앞으로 소소한 낙을 찾으며 조용히 살겠다’던 왕년의 운동권은 요즘 “윤석열 처단”을 외치며 도파민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586은 여의도 집회에 나가 ‘묘한 흥분감’마저 느꼈다고 했다.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초코파이를 주더라. 감격해 울 뻔했다.”

절박한 심정도 있다. 책 읽으며 그림 공부하던 선배는 처음으로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우파 애창곡 ‘양양가(襄陽歌)’를 배웠노라 했다. 지난 2년간 김건희 여사 험담을 적어 보내던 지인은 “이것은 체제 전쟁,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한남동으로 오라”고 했다. “극우 유튜버 음모론에 휘둘린다”며 폄하해 마땅한 이들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각자가 각자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누구는 “계엄 발동이 민주를 말살했다”고, 다른 이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태가 반(反)민주”라고 믿는다. 각자의 ‘민주주의’가 현격히 다르다. 간절하게 지인들과 대화하고, 글을 쓰고, 시위에 나간다. 양쪽 다 선교사들 같다. 그래서 정반대의 ‘정의’는 더 격렬히 부딪친다. 이럴 때 문명은 법과 규정을 들추지만 그것마저 상충한다. ‘시간’ 자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감정을 걷어내고, 합법·불법·탈법·편법을 갈라봐야 한다. 그때까지는 상대의 ‘잡소리’도 들어야 한다. 정 힘들면 귀 막으면 된다. 그런데 상대 입을 찢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8개 언론 단체가 지난 6일 ‘윤석열 내란 동조 보도와 논설 실태’를 발표하며 “내란 범죄 지지 및 옹호 보도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그 무렵 한 일간지 간부는 “(계엄을 옹호한) 윤상현 의원의 궤변을 그대로 인용 보도하면 안 된다.. .언론은 범죄자의 스피커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걸 잊지 말자”고 SNS에 썼다가 지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홈페이지에 개설한 허위정보 신고센터 '민주파출소'에 대한 전용기 의원의 설명을 들은 뒤 의견을 내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언론사는 물론 블로거, 유튜버, 일반인 대화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다른 생각’에 재갈을 물리려는 ‘파쇼적’ 언론인들이 적잖다.

민주당의 ‘민주파출소’는 이른바 허위 조작 정보 신고센터다. 언론 기사나 유튜브, 블로그 등 ‘공적 글쓰기와 말하기’를 대상으로 신고할 수 있는 곳. 마치 상대 진영을 고발하라고 만들어진 공간처럼 느껴진다. 사이트 메인에 ‘작년에 왔던 가짜 뉴스 사라지지도 않고 또 왔네(소년원 관련)’라는 코너도 있다. ‘이재명이 성범죄로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가짜 뉴스’ 유포자를 고발하는 곳이다. 내란 허위 정보 고발을 빙자해 ‘이재명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느낌을 준다. 이 대표가 이렇게 추가 주문했다. “가짜 뉴스는 고발로 끝내면 안 된다. 금융 치료(손해배상소송)도 해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꿈꿔왔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일반인도) 카카오톡 등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허위 정보를 퍼 나르는 것은 내란선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른바 ‘카톡 검열’ ‘카톡 계엄령’이다. 가족, 동창, 선후배가 사적 대화를 증거로 서로를 고발하는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민주당이 개설한 '민주파출소' 페이지의 일부.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을 넘어 언론 탄압의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민주당홈페이지

대통령 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구호를 외친 대학생을 입 막아 끌고 나간 ‘입틀막’ 사건이 있었다. 민주당 행태는 그만큼, 그보다 위험하다.

이런 지적을 하면 “그래서 너는 지금 계엄 편드나”는 말로 논리를 제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답하겠다.

단적으로, 당신은 그걸 물을 권리가, 나는 그에 답할 의무가 없다. 법은 이것을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