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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구속 여부를 곧바로 유·무죄와 연결 짓는 현실에서, 법원이 수사 적법성 문제로 구속을 취소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왜 수십 년간의 관행이 현직 대통령 앞에서 깨졌느냐”고 한다. 이 판결은 ‘튀는 판결’일까.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구속영장 실질심사 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 기간에서 뺀다. 그동안 수사를 못 하는 것을 고려해 구속 기간을 늘려 주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재판부인 중앙지법 형사 25부는 그 기준을 ‘시간’으로 했다. 서류가 접수된 1월 17일 17시 46분에서 반환된 1월 19일 2시 53분까지 33시간 7분을 뺐고, 그 결과 기소 시점엔 구속 기간이 지났다고 봤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날(日)’을 기준으로 3일(17~19일)을 빼던 실무 관행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이번 결정은 오히려 절충설에 가깝다”고 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 관련 규정을 더 엄격하게 해석하면 서류가 온종일 법원에 있던 18일 하루(24시간)만 공제한다는 것이다. 17일, 19일은 서류가 검찰에 있어 얼마라도 수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검찰의 구속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결정은 구속 기간 공제 기준에 대해 처음 나온 법원 판단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12일 국회 법사위에서 “확립된 규정이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속 취소 사건은 매년 1000건 넘게 들어오지만 대부분 1심 재판 중 구속 기간(6개월)이 만료됐거나 2·3심에서 형기를 다 채운 경우였다. 이번처럼 날짜냐 시간이냐가 문제 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천 행정처장이 “즉시항고로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오랜 실무 관행’ 대신 ‘법원 판례’로 혼란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도 위헌성을 고려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마당에 행정처장이 ‘필요하다’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형사 25부가 ‘수사 적법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를 거론한 부분은 구속 기간 문제보다 더 근본적이다. 한 법원장은 “결정문에서 구속 기간 문제는 포장에 불과하고 알맹이는 수사권”이라고 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권남용을 매개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법원 일각에서는 자칫 ‘불법 구금’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고위 법관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구속을 유지하는 게 더 이례적”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46년 만에 재심이 결정된 ‘김재규 사건’을 언급한 부분에서 이번 결정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수사 과정의 위법을 간과한 판결은 훗날 재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판결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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