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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선고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빗나갔다. 그 이유를 놓고 추측이 분분하지만, 헌재가 이 사건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재판관들 사이에 정리해야 할 사실 관계와 법률적 쟁점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많다고 한다. 헌재 선고가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 심리가 길어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2심 선고가 이달 26일 예정돼 있다.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대선 출마 자격을 잃는 형량이다. 이 대표로서는 2심 선고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일종의 권고 규정으로 여겨졌는데, 대법원은 22대 총선이 끝난 지 5개월 뒤인 작년 9월 ‘6·3·3 규정’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전국 일선 법원에 보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은 1심에 2년 2개월, 2심에 4개월 정도 걸렸다. 이 규정을 준수하면 3심은 6월 26일 전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당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면, 이 대표의 대법원 3심 절차와 심리는 대선 기간에 진행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뛰게 된다면, ‘재판 리스크’는 선거 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니는 정치적·사법적 쟁점이 될 것이다. 후보 자격과 연결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헌재 심리가 길어져 대부분의 예측과 달리, 조기 대선이 5월이 아닌 6월에 치러진다면 이 논란은 더 커질 것이다. 한 법조인은 필자에게 “대법원 재판은 법률심이다. 대법원이 의지만 있다면 3개월까지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이 대표 2심 선고(26일)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먼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심 결과를 떠나 이 대표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 전개다. 이 대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화살을 돌렸다. “몸조심하라”는 이 대표 발언이 나왔고 민주당 지도부는 “최 대행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최상목 탄핵소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당 내부에서도 제기됐지만 강공으로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거칠어질 기세다.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2심 선고가 어떻게 나올지는 재판부만 안다. 1심과 달리 무죄 또는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돼 이 대표가 기사회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2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선 전에 최종심까지 매듭지어 논란의 소지를 아예 해소해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금 대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도 원칙대로 한다는 기류라고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원칙은 ‘3개월 이내 선고’다. 조 대법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그 원칙을 지킬지 다들 주목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선고한다면 ‘지연된 정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처럼 이 대표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선고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전례는 없겠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대표 사건 2심 선고가 나온 이후 적절한 시점에 3심 선고 일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 대선일 이전에 3심 선고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그나마 줄이는 길 아닌가. 대법원이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만큼 지금의 내전(內戰)적 대치 상황은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