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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0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마의 각오와 의지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영상에서 'K-이니셔티브'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선 경선 출마 선언을 11분짜리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전문가들이 공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후보의 회색 스웨터, 어조, 화면 색감 등 다 부드러운 톤이다. 이 후보가 최대한 온화한 인물로 비치도록 안배했다.

그간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은 이재명의 지지율을 40% 안팎의 박스권에 가두는 것이다. ‘이재명 포비아’를 극대화하려 시도해 왔다. 5개 재판을 받는 범법자(犯法者), 입법권을 사유화한 나쁜 정치인으로 공격했다. “이런 사람이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쥐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재명 포비아’ 전략이다. 그저께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이 후보가 집권해 이 권한을 행사하면 헌재 구성도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 측 전략은 그 반대다. ‘이재명 포비아’ 무력화에 맞춰져 있다. 이 후보는 여러 자리에서 “정치 보복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 왔다. 중국, 북한과 관련된 언급을 선제적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잘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다. 결승점에 거의 다 왔으니 그 어떤 논란의 빌미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국민의힘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지지세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개인의 지지율은 물론, 정당 지지율과 정권 교체 공감률 등 주요 지표들이 다 그렇다. 특히 중도층에서의 우위가 계속되면서 절반 가까운 지지를 확보했다.

‘이재명 포비아’는 빈말이 아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3년이 안 되는 재임 기간에 41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양곡법, 노란봉투법 등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가 충분했다. 반대로 이 후보가 집권하면 민주당이 통과시킨 이런 법안들에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 의원 몇 명을 끌어들이면 개헌도 뜻대로 할 수 있다. 이 후보의 당 장악력을 고려하면 ‘절대 군주’에 가까운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 쪽 인사들은 필자에게 “‘이재명 정권’이 착하고 순할 걸로 기대하지 마라”고 했다.

이런 부분을 놓고 전선(戰線)이 형성되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이 ‘탄핵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서다. 이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의 관계 설정 문제다. 몇몇 인사는 사저로 옮기기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나를 밟고 가라’는 메시지를 내고 탈당(脫黨)도 생각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선 “이기고 돌아왔다”는 말이 나왔다. 시중의 민심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이재명 후보가 ‘회색 스웨터’로 이미지를 바꾸며 중도층에 맞춰가는 것과 대비됐다. 지금 이재명 경선 캠프는 “모든 게 술술 풀려나간다, 지난 대선과 달리 막히는 게 없다”(캠프 관계자)는 분위기다. 민주당으로선 윤 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굳이 공격할 이유도 못 느낀다.

시간도 이재명의 편이다. 하지만 어떤 선거든 한두 번 정도는 출렁이기 마련이다. 2017년 대선 때도 그랬고 2022년 대선 때도 그랬다. 당장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이 대선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한덕수 권한 대행 등이 참여하는 판이라면 흥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파 진영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그런 실낱같은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