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학자나 법조인들 사이에서 ‘이게 과연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 소송이 있다. 지난 15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처분의 효력을 만장일치로 정지한 가처분이 그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극적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문제는 소송의 적법성이다. 이번 가처분은 한 변호사가 재판관 지명이 자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과 같이 냈다. 헌법소원 선고 전까지 지명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다.
책으로 따지면 ‘부록’ 격인 가처분은 ‘본책’인 헌법소원이 적법해야 한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가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해야 한다는 엄격한 적법 요건이 있다. 어떤 조치나 정책을 시정할 목적으로 제기하는 마구잡이식 민중소송(民衆訴訟)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특정 재판관의 임명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 문턱을 넘을 수가 없었다. 2017년 김이수 헌재소장, 2019년 유남석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헌법소원도 모두 각하(却下)됐다.
그런데 헌재는 이번에 “재판관이 임명되고 나면 나중에 법적 지위를 다투기 힘들어진다”는 ‘긴급성’을 앞세워 전원 일치로 가처분을 인용했다. 정작 이런 유의 헌법소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렇다고 헌재가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아니다. “지명할 권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기본권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데도 일단 가처분으로 지명 절차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이런 식이라면 ‘여야 합의 없이 추천된 마은혁 재판관으로 인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는 가처분도 받아줘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대선 전까지 헌법소원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지명하면 한 대행의 지명은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가처분은 헌법소원 선고 시까지 지명의 효력을 중단한 데 불과하기 때문에 새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명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처분에서 ‘헌법소원 선고 시까지’로 시한을 못 박았던 헌재가 사건이 자동으로 없어지길 기다리며 선고를 미룬다면 그건 직무 유기에 가깝다.
대선 후에는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해석이 덧붙는다. 지난 18일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7인 체제에서도 심리와 선고 모두 가능하다. 헌법소원 인용에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난도가 높다는 이유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번 가처분을 통해 민중 소송을 본격 허용한 것인지도 답해야 한다. 현재 헌재를 둘러싼 불신과 의문은 대선 전 헌법소원 선고를 통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