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2024년의 반복이다. 지난해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고로 사람들이 사망했다. 2023년 78명에서 2024년 119명으로 52%나 늘어났다. 대부분의 사고는 전복과 침몰로 인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사정이 나쁨에도 무리하게 먼 곳까지 출어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예년에 비해 기상이 나쁜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전복 사고의 원인은 복원성 부족에 있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진다고 모두 배가 전복되는 것은 아니다. 원양을 항해하는 요트는 태풍에도 전복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것은 요트의 아랫부분에 무게를 달아서 복원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복원성만 갖춰졌다면 선박은 나쁜 날씨에도 옆으로 기울었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따라서 침몰 사고는 없었어야 한다. 과거보다 바다 사정이 나빠져서 전복 사고가 잦다면 충분한 복원성을 갖추지 못하게 어선이 설계됐거나, 잘 설계됐지만 항해 중 복원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무게 중심보다 높은 곳에 무게를 두면 복원성이 나빠진다. 어획물이나 어구를 갑판 위에 많이 두게 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동일한 부피의 물건을 싣도록 설계할 때 배의 길이를 길게 하고 폭을 좁게 하거나 혹은 길이는 짧게 하면서도 폭을 넓게 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가 복원성이 더 좋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런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어선법에 의하면 24m 이상 선박만 복원성 승인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24m 미만인 선박은 복원성 승인에서 제외돼 있다. 건조 시 조선소에서 복원성 없는 선박을 건조하지는 않겠지만, 승인을 받는 경우보다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최소 12m 이상의 선박은 복원성 승인을 받도록 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24m 이상의 선박만 만재흘수선을 표시하도록 한 것도 수정돼야 한다. 만재흘수선은 선박이 최대한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얼마인지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작은 선박도 만재흘수선을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 소형 조선소에서 어선 건조가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문제는 다행히 지난해 12월부터 어선 건조 등록제가 실시돼, 건조할 때부터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복원성에 대해 선원들이 숙지하도록 교육도 시켜야 한다. 자신의 선박은 복원성이 얼마인데 복원성이 나빠지면 전복된다는 점 등을 교육하고 체화시켜야 한다. 어선의 경우 1개월 이상 교육하는 상설 교육 기관이 없는데, 속히 어선 학교를 만들어 교육해야 한다. 임시 조치로 각 단위 수협에서 집체 교육과 실습을 하는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 선원들을 모아 교육하는 것이다. 상선에서 사고가 드문 이유는 정식 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교육받아 복원성의 중요성과 운용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는 복원성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없도록 하자. 우선 복원성의 개념과 그 중요성을 선원들이 절감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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