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는 동맹국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주 국방을 강화하면서도 전략적 동맹을 공고히 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라 국방 구조의 전면적인 개혁을 의미한다. 어렵고 힘든 결정들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군 복무 기간이다. 현재 병역 의무 복무 기간(18개월)은 현대전에 필요한 작전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병력 순환이 너무 빠르게 이뤄진다.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어렵고, 전문성 있는 병력 유지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모든 부대가 인원이 부족해 기본 임무 수행에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복무 기간을 최소 24개월로 연장해 보다 숙련된 군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성의 군 복무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훈련 인프라 개선도 필수적이다. 실탄 사격 훈련장과 야간 작전 훈련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첨단 전술훈련이 가능한 현대적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도심지 인근에서 훈련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환경 보호와 군사훈련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훈련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합 화력의 극대화를 위한 실사격 훈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아울러 한국의 예비군 시스템을 단순한 사격 훈련이나 이론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전과 유사한 훈련 환경에서 전투력 유지가 가능토록 예비군 관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 역시 국민적 합의와 희생이 요구된다.
우리 안보는 단독으로 유지될 수 없다. 역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 내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전략적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본은 중요한 군사 및 작전 거점이 된다. 반대로 일본 역시 한국의 안보가 자국의 전략적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보완하면서도, 보다 독립적인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을 이어왔다. 한반도 안정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동맹은 일방적인 의존 관계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기여를 바탕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단순히 방위비를 분담하기보다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되기를 원한다.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실제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동맹 관계 강화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미 연합 훈련을 확대하고, 작전 운용의 실질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국방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특히 첨단 전자전, 사이버전 훈련을 확대하고, 연합 지휘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단순히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자주 국방 능력을 확보하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무 기간 연장, 예비군 체계 현대화, 군사훈련 인프라 확충, 한미 동맹의 실질적 강화, 한일 및 역내 안보 협력 확대 등의 전략적 조치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훈련 강화 및 병역 체계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력 증강 및 역내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