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북한 김정은이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군사력 확장을 강조했다. 핵추진 잠수함이 임의의 목표를 공격할 무기란 점도 언급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이 2023년 개발에 나섰다고 밝힌 전술핵 잠수함 ‘김군옥 영웅함’과는 개념이 다르다. 배수량도 훨씬 크고 핵추진 엔진을 장착한 전략급 공격용 잠수함이다. 만들고 작전 배치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원자로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면 건조 기간은 크게 단축될 수 있다.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통해 국군과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열세를 극복하고 핵전쟁 카드로 억제력을 삼는 전략적 효과를 노린다. 이를 김정은의 위업으로 선전해 대내적으로 민심 이반을 막고,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협상용 카드로도 쓸 것이다. 미 본토를 위협해 확장억제 신뢰를 흔들려는 목표도 있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능력과 전쟁 관여에 대한 신뢰 약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공공연히 ‘선제 타격’을 천명하고 재래식 무기 공격에 대응해서도 핵무기를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오랜 기간 ‘게임 체인저급’ 공격 무기 개발에 진력했다. 그중에서도 다탄두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다수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 핵심이다.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워 적의 공격을 피해 기습할 수 있어 매우 위협적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더욱 확대하는 공격 자산으로서 한반도를 넘어 미 본토 전략타깃도 타격 목표로 위협할 수 있다. 유사시 미국의 본토 증원군뿐 아니라 전쟁 계획과 작전 영역 전반에 걸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상태를 보면 북한은 핵무기의 다종화·소형화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SLBM의 시거리 확장과 다탄두화, 그리고 발사 기지인 잠수함의 대형화와 기동 은밀성 확보에 진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해 유엔 결의안에 기초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국군의 전비 태세 완비와 함께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체 실효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가 긴밀하게 작동하도록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핵추진 잠수함 전력화의 허들인 미국을 설득할 논리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핵무장과 다르다는 점,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은 대남용이기보다는 대미국용 기습 공격 전력이란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상시 감시하고 조기에 탐지하며 수중에서 파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군사적 대응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핵잠수함이 일차적 역할을 맡는 것은 미국 안보에 커다란 이익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상 및 수중 전력에서 최근 급부상한 중국 해군에 맞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의 해군력을 활용한다는 측면을 부각시켜야 한다. 한국 해군력의 첨단화가 연합 전력 운용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걸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해군력의 첨단화를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엔진이 필수다. 이건 핵추진 잠수함뿐만 아니라 차세대 대형함에도 장착할 수 있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의 조기 전력화가 절실함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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