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

말과 글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특히 글은 후대에 현세인의 생각과 기술, 기능을 전승함으로써 인류 문명과 문화 발전의 핵심적 매체 역할을 해왔다.

우리 민족 역시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었으나, 표기하는 글은 오랫동안 한자를 차용해 오다 15세기에 이르러 세종대왕이 혜안과 통치력으로 독창적 문자, 즉 한글을 창제해 한민족의 글로 정착시켰다. 오늘날 한글은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더욱 널리 알릴 책임이 있다. 한글을 보급하는 효과적 방법으로, 우리 전통 음식 이름을 한글 발음으로 표기하여 국제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있다.

최근 K팝과 K푸드 열풍으로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낯설지 않은 언어가 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을 활용해 음식 이름을 우리말로 홍보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불고기(Bulgogi)와 김치(Kimchi)는 세계적인 언어 사전에도 등재되었고, 많은 사람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제는 간장(Ganjang), 고추장(Gochujang), 청국장(Chunggukjang), 된장(Doenjang), 젓갈(Jeotgal), 식초(Sikcho) 등도 국제적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전통 식품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면 거절당하는 일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이 한국 전통 음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논문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김치 관련 논문을 세계 최우수 학술지에 제출했으나 채택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후 국제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통해 한국 전통 식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지속했고, 점차 관련 용어들이 학술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학술 논문에서도 장류를 ‘Jang’으로 표기하고, ‘Ganjang’ ‘Gochujang’ ‘Chunggukjang’ 같은 용어가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될 정도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용어를 쓸 때 추가 설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점차 한국어 명칭만으로도 관련 학계나 일반인이 이해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우리 전통 음식을 세계에 알리려면 직접 음식을 맛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과 글을 통해 전파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학술적 영역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한국 음식의 고유한 이름을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산업과 연구자들이 앞장서서 한국어 식품명을 국제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식 명칭 사용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South Korea’보다는 ‘Republic of Korea’를 사용함으로써 헌법에 표기된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음식 표기를 넘어 국가 명칭까지도 세계적으로 올바르게 정착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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