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

매년 건조한 봄이면 산불이 발생한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산불 발생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번 영남 지방 산불은 극한 기상으로 인해 기존 방재 시스템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산됐다. 80여 명의 사상자와 7000곳이 넘는 시설 피해를 주고 잠정 4만8000헥타르가 넘는 산림에 영향을 끼쳤다.

세계 곳곳의 상황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미국 LA에서 발생한 산불의 예상 경제적 손실은 최대 237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역대 산불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은 주로 4~10월 산불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1월에 예상치 못한 산불이 발생하는 바람에 피해가 유독 컸다. 일본은 습도가 높은 섬나라 특성상 대형 산불에 비교적 안전했지만, 지난 2월 이와테현에서 열흘 넘게 이어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산불 위험의 예외가 거의 사라졌다. 화재 빈도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시대를 맞아 녹색 대전환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산불은 발생하고 나서 진화하는 것보다 애초에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별 통계를 보면 입산자 실화(31.2%), 쓰레기 소각(12.4%) 순으로 대부분이 부주의로 발생한다. 옆 지역에서 산불이 타고 있지만, 여전히 논·밭두렁을 태우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산 주변에서 불을 사용하는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산불 가해자를 엄벌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불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림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산불에 약한 수종의 경우 내화수림대로 방화선을 구축해 산불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내화수림대는 띠 모양으로 내화수목을 심어 산불 확산을 차단하는 숲을 말한다. 또한 산림 내 낙엽과 고사목을 제거하는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불쏘시개 연료 물질을 줄여야 한다.

셋째, 산불 진화를 위한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산림청이 산불의 주관 기관이며 행정안전부·소방청·경찰청 등 관련 유관 기관들이 협력해 산불 진화, 주민 대피 같은 각종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대형 산불에서 각 기관들이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협업 체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담당 인력을 확충하고 대응 매뉴얼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서 산불 발생 시 현장의 지방자치단체가 초동 대응부터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숲의 공익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극한 기후변화로 소실된 거대한 산림과 막대한 피해 상황을 뉴노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불의 예방부터 진화 대응 및 복구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예상치 못한 이번 산불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산불 방지를 위한 녹색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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