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로는 이재명이 여야를 통틀어 단연 선도를 달리고 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여권에서 한덕수 대행을 차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재명은 “미국의 민주주의” 저자 알렉시 토크빌이 말하는 ‘연성 독재(Soft Despotism)’보다 훨씬 심한 ‘일인 독재’를 실행하고 있다. 이재명에게 껄끄러운 자는 살아나지 못한다. ‘비명횡사’로 표현되는 이재명 사천(私薦)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탄핵, 특검, 입법 폭주, 예산 삭감 등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야당 독재의 총수다. 대선이 가까워오니 ‘중도·실용’을 표방하지만 이재명에 대한 의심과 비호감도는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이재명에 대한 지지는 탄핵 후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한덕수 카드는 아무도 이재명을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 대타를 모색하다가 나온 것이다. 한덕수 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하고,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같은 날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니까 여권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대선에 나갈 것인가’ 하고 물었다니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취임하고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으로 관세 전쟁을 펴고 안보 질서를 흔드니 전 세계가 혼비백산하고 있다. 관세 폭탄과 생산 기지 이전으로 우리나라는 첨단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와 고용 감소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군을 중국 견제용으로 변경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관세 전쟁, 안보 협박에 대응하는 지도자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 이에 대응할 경험과 경륜이 없는 상황이니, 여권에서 대안을 찾다가 한덕수가 보인 것이다.

한덕수는 그의 경력상 국제적 통상, 안보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가 국힘 후보가 되어 이재명을 누를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많다. 국힘이 한덕수를 차출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후보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경선 없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여론조사로 단일화해서 전(前)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 아무래도 민주국가의 민주정당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인사를 차출해서 대통령 선거에 내보내는 것을 국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용인할까? 야당은 한덕수를 탄핵으로 파면된 윤석열의 ‘내란 승계’ 프레임으로 몰아치며 무한정 괴롭힐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대선을 해보려면 한덕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할 수 없다. 다만 본인의 의지가 문제고 당의 지원 자세가 고리다. 고건, 반기문처럼 초기에는 높은 여론 지지율을 보이다가 몇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니까 곧바로 후보를 포기하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나약함을 보여줄 것이라면 애초부터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핵심적인 문제는 대통령제에 있다. 이제 대통령제를 없애야 한다. 예일대 교수 후안 린츠(Juan Lintz)는 ‘대통령과 국회는 다 같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는 ‘이중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갖고 있어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것이 대통령제의 문제점이다’라고 말했다.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나라의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의원내각제가 그것이다. 의원내각제는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처럼 행정부와 의회가 충돌할 필요가 없다. 국회는 지금과 같이 극한 대립만 하는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로 만들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한덕수는 만약 대통령 후보가 되면 내각제 개헌을 위해서 임기를 2028년 총선까지 3년으로 스스로 단축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 당면한 경제 위기와 통상, 안보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치 제도를 개혁하는 ‘3년 과도정부’의 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헌을 반대하는 이재명을 상대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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