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해양학자인 실비아 얼(Sylvia Earle) 박사는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푸른 바다가 없으면, 땅 위의 생명도 없다”고 했다. 바다가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강조한 말이며, 해양의 지속 가능성이 곧 우리 인류의 번영과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날 바다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가 여전히 해저 자원과 해양 산업 주도권 등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과 해양 생태계 위협 등 해양 개발과 이용의 이면에 있던 난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기 전에 국제사회가 한마음, 한 팀으로 푸른 바다를 지킬 때다.
그간 국제사회는 해양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협력해 왔다. 해양에 대한 각국의 주권과 공동의 책임을 함께 규정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채택한 이래 국제사회는 유엔의 ‘공해상 생물 다양성 보전 협약(BBNJ)’,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 국제 해운 탄소 중립’ 목표 등 각 분야에서 실천적인 대책을 마련해왔다.
‘아워 오션 콘퍼런스(Our Ocean Conference·OOC)’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미국 주도로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OOC는 100여 나라의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기업 등의 해양 리더가 모여 포괄적인 해양 의제를 다루며 국제사회의 참여와 행동을 촉구하는 최초의 ‘해양 분야 종합 글로벌 행동 플랫폼’이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바다, 우리의 행동(Our Ocean, Our Ac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4월 28~30일 부산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제10차 OOC를 개최한다. 선도적인 70여 개 공약을 담은 ‘지속 가능한 해양을 위한 행동 계획(Korea Blue Action Plan)’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의 핵심 공약은 다음과 같은 3가지다.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최초로 공해상 생물 다양성 협약(BBNJ)을 비준한 국가로서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국제 해운의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선박의 친환경 전환 등 깨끗한 해상 교통로를 구축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어구·부표 보증금제를 확대해 해양 플라스틱 오염 저감에 앞장설 것이다.
디지털과 해운·조선 강국으로서 ‘해운·조선 및 디지털 분야 비즈니스 서밋’도 개최한다. 해양 분야 디지털 전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며 해양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함께 모색하고, 동시에 우리나라 관련 업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국가다. 그 과정에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바다가 있다. 제10차 OOC를 시작으로 제4차 UN 해양총회까지 대한민국은 해양을 통해 번영을 이뤄왔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해양 거버넌스를 이끄는 책임 있는 선진 해양국가로의 여정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