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세워놨던 여름휴가 계획을 바꿔야 할 판이다. 최근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전례 없는 수준의 폭우로 홍수가 나고 산사태가 벌어지면서 다리가 유실되고, 도로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공원 북쪽 루트는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 피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지역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기온은 50.5도까지 치솟았다. 팜스프링스와 애리조나 피닉스는 45.5도로 100년 만에 가장 더웠다. 캘리포니아 호수가 말라붙어 집 앞 잔디에 물 주기가 주 1~2회로 제한됐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기후변화로 이상 고온 현상이 벌어진다. 지난 18일 프랑스 인기 휴양지 비아리츠는 최고기온 42.9도를 찍었다. 클레어 눌리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현재 겪는 일은 불행한 미래를 미리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전 세계에 걸친 가뭄 등으로 글로벌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전 세계 각국과 기업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탄소 저감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 구글의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은 지난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에 5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구글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단백질을 AI(인공지능)를 통해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구호’만 있고 탄소 저감 기술에 대한 지원이나 구체적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탄소 중립이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제조업 중심 산업을 가진 국내 산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 위기 속에선 정부의 ‘비현실적 구호’나 기업의 ‘앓는 소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는 탄소 저감 목표에 맞는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책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탄소 저감 기술 개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생산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측면을 넘어 미래 사업과 인류를 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구호만 외치고,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