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말 즐거웠다”며 플로리다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열린 한 골프 대회에서 자신이 우승했다는 장문의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같은 시각 TV에서는 미 내륙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4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속보가 뜨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당장 탄핵 운운했겠지만, 집권 1기부터 주말마다 골프 치는 트럼프를 봐와서 그런지 문제 삼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최근 트럼프는 자신의 행정명령을 중단시킨 판사들에 대해 “미치광이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사법 체계를 부정하고 있다. 이 역시 대중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반대자를 “쓰레기”라 부르며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탄핵보다 더 험한 말을 쏟아냈던 만큼 이 정도론 자극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헌법을 무시해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미 헌법에 명시된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곧바로 위헌 소송에 직면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들 “트럼프가 트럼프한다”는 반응일 뿐, 미 대통령의 헌법 부정 사태가 진지하게 다뤄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서 “내가 또 출마해야 되겠냐”며 잊을 만하면 3선 도전을 농반진반 자주 언급한다. 미 헌법은 “누구도 대통령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트럼프라면 3선 출마를 할 것”이라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가 이미 나오고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 2028’ 구호가 만들어진 지 오래다. 지지자들은 2021년 대선 패배를 부정하며 의회 점거 사태까지 촉발한 트럼프가 어떻게든 3선 출마의 길도 마련할 것이라 믿고 있다.
현재 미 의회 의석 분포상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트럼프는 왜 자꾸 3선을 들먹일까. 조기 권력 누수(레임덕)를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미 정치권의 분석이다. 트럼프가 작년 11월 당선되자 전문가들은 “2년짜리 대통령”이라고 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통상 집권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기 출마가 불가능한 트럼프가 선거 패배로 ‘식물’이 되면 임기는 4년이 아니라 2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트럼프의 일관된 전략은 “트럼프라면 무슨 일이든 할지도 모른다”는 ‘미치광이 전략’이다. 2028년 대선 후보 등록까지 트럼프가 3선 출마에 모호성을 유지하며 당내 장악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공화당의 수직적 구조에서 트럼프가 지지층에 차기를 암시하기만 해도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위축될 수 있다. ‘2년만 버티면 된다’는 트럼프 반대자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트럼프 시대에 안전벨트를 좀더 오래 붙들어 매야 할지 모른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