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모든 학생을 유급시켜 1년 더 배우게 하면 좋겠어요.” 초교 3학년 자녀를 둔 서울 워킹맘 A씨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학교·교실별 학습 격차가 너무 크다며 하소연했다. 1학기 주 1회 등교에 그친 데다 2학기도 한 달 동안 등교가 중단되면서 원격 수업으로만 진행했는데, 어떤 학교 어느 교사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주말에 문제집을 풀게 해보니 아이 수준이 2학년으로 내려간 것을 확연히 느꼈다”면서 “19일부터 등교일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동안 누적된 학습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광주 초교 교사 B씨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두 자릿수 곱셈과 나눗셈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75%나 된다”며 “이런 상태라면 내년에 올해 내용을 다시 가르쳐야 할 정도”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코로나 디바이드(divide·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등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과, 고소득층 가정 간 학습 격차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 원격 수업에 자녀를 사실상 방치한 가정은 이른바 ‘코로나 유급’ 수준인 낮은 학습 성취도를 보인 반면, 원격 수업 공백을 맞춤형 사교육으로 채워간 가정은 선행 학습으로 오히려 진도를 앞서간다는 것. 이번 정부 들어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명문대 합격자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코로나 디바이드’가 이런 경향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국 학교 등교 인원을 19일부터 전교생의 3분의 2까지 늘리면서 “원격 수업 장기화로 교육 격차와 돌봄 부담이 커져 등교 확대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뒤처진 학생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는 무방비다. 교육계에서는 등교 수업일이 원격 수업일의 20~30%에 불과한 올해 거의 모든 과목에서 기초 학력 저하가 예년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가 교육 격차 해소를 비롯한 그동안 교육 공백에 따른 대책을 내놓기만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초기 정부는 다섯 차례에 걸쳐 등교 연기를 통보하면서 갈팡질팡했다. “교육부가 곧 등교 개학을 할 것처럼 찔끔찔끔 미루는 바람에 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고, 미흡한 원격 수업에 대한 비난은 학교로 다 몰렸다”는 교사들 불만이 나온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기초 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의 하나로 초 1학년 담임 교사가 2학년까지 연속해 맡는 담임 연임제 등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코로나 유급’ 수준으로 기초 학력 저하가 우려되는 지금, 이런 방안이라도 고민해 교육 격차를 최소화하는 대책들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코로나 디바이드’가 너무 벌어져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면 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