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을 위해 설립된 법정 공공 기관이다. 한 해 수입과 지출이 8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임기 3년의 재단 이사장은 평균 2억5000만원 연봉을 받는다.
최근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사장에 정대화 전 상지대 총장이 취임했다. 정 이사장은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친문 인사다. 총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교육부 유관 공공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지난 7월까지 총장으로 재직한 상지대는 올해 입학 정원의 30%가 미달해 학교 재정이 큰 타격을 받았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 역량 진단에서도 탈락해 부실 대학으로 몰릴 위기에 놓인 상태다. 올해 개강 전후에 신입생 대규모 미달로 총장 책임론이 일자 정 이사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대학의 모든 문제는 교육부 때문”이라며 교육부를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려 책임의 화살을 돌리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자기가 경영한 대학을 침몰 위기에 몰아넣은 분이 전국 대학생의 국가 장학금을 담당하는 준정부 기관의 이사장이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조국 수호’에 앞장선 공헌으로 이사장에 낙점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재작년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부정 입학 관련 압수수색을 하자 그는 “조국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조국 아내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면 법무장관 못 한다는 것인가”라며 “뭐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고도 모자라 미사일까지 쏘는 격”이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서울대가 조국 교수에 대해 직위 해제를 검토한다고 하자 “어처구니가 없다”며 “교육보다는 연구에 더 집중하는 교수, 학교보다는 바깥에서 더 바쁜 교수들 모두 직위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아내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김건희 논문 재검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국민대가 시궁창에 빠지게 생겼다”며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장학재단 국정감사에서는 정 이사장이 작년 정경심 교수 1심 유죄 판결에 대해 “판사 한 명 또는 세 명이 내리는 결정이 진실이라고 믿고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조국 수호 대가로 이사장 자리를 받은 것이냐는 질의에는 “판결이 나기 전 정치학자의 관점에서 배심제와 참심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쓴 글”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글을 올린 시점은 1심 판결 후 6일이 지난 때였고, 그가 쓴 글도 “정경심 교수 사건을 다룬 재판부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4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로 시작한다.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한 것이다. 그는 국감에서 “지금은 (정경심 판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