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미국 주식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미국 주식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올 들어 미국 나스닥지수가 10% 가까이 하락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은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40%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역시 20% 넘게 하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3조7000억원대의 자금을 쏟아부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는 가격이 올해 20% 넘게 떨어졌다. 이 상품은 나스닥 일일 변동 폭의 3배를 반영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해 인공지능 붐으로 미국 기술주가 기세 좋게 치고 나갈 때와 달리 요즘은 투자 열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외 정책이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미국 내수 경기도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은 올해 1분기 미국의 GDP가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이후 분기별로 봤을 때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위축될 거라는 예측이다. 물가가 높은 상태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가 투자은행 TD코웬의 제프리 솔로몬 대표는 “미국 경제가 올해 후반 경기 침체에 들어설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도 미국 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꺼내들었을 때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다. 1930년 공화당은 수입품에 평균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미국의 강공에 대해 무역 상대국들은 보복 관세를 실시했고,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였다. 그 결과 미국의 실질 GDP는 약 30% 폭락했고, 당시 다우지수는 최고점 대비 89% 하락해 최악의 주가 붕괴를 경험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집권 2기 들어 주식시장 부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그는 관세 인상과 국채 금리 인하 유도를 통해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해소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9일 “난 (주식)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들 덕분에 미국은 매우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관세를 무기로 해외 기업의 생산 기지를 미국 내로 유치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 출렁거림은 감수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이 지점에서 서학개미들은 주가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신호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다면 대공황을 연상시킬 정도의 심각한 침체가 올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말한다.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싸고 안개가 짙게 드리워졌다. 작년과 재작년의 환호를 뒤로하고 이젠 조심스럽게 앞발을 내디뎌야 한다.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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