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선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에게 욕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조작 영상 관련 제보가 있다.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신기술을 동원한 각종 가짜 뉴스의 유포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허위 조작 정보는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민주주의 적”이라고 했던 박수현 공보단장 말을 반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직선거법에서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엄하게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 민주당에 집중되고 있는 이 ‘제보’들은 얼마나 정확할지 궁금하다. 최근 민주당 주변에선 유독 제보에 근거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았다. 예컨대, 작년 12월 비상계엄 정국에서 유튜버 김어준은 국회에 나와 “사실관계 전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당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폭로 내용에 비해 추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지난달에도 민주당에선 “HID 및 707특임대 OB 요원들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하려 한다는 제보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출처(source)는 “군 정보사 장교 출신”이라고만 알려졌다. 이런 정보는 은밀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 법인데, 당시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같은 제보 문자를 받았다고 나섰고, 이 대표가 방탄조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카메라에 집중적으로 비쳤다.
제보는 원래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미확인’ 정보다. 사실(fact)로 확인되지 않으면 가치를 상실한다. 그리고 경험상 확인이 안 되거나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래전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신문사 데스크 책상 패드 아래엔 기사가 되지 못한 미확인 제보가 쌓여 있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일선 수사관들도 사건화(化)하지 못한 제보들을 끙끙 안고 살아간다.
막연히 “제보가 있다”는 것만으로 내용을 다 공개해 버리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현실 왜곡이 아닐까. 톰 크루즈 주연의 디스토피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범죄를 미리 예견해 사건 발생 전 범인을 체포하던,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단죄(斷罪)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선관위 중국인 해커 체포설’을 계속 믿기 위해 이를 반박하는 정보에 눈을 감는 사람들처럼 확증 편향을 부를 수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거 기간에 활성화되는, 풍자를 담은 ‘밈’이나 ‘짤’까지 좌시하지 않겠다는 엄포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난히 과거 발언과 관련된 녹음 파일이나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는 이 후보를 방어하기 위해 유권자들 눈과 귀를 막으려는 것인가. 제보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흘려 실재와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면, 그것 역시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