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웹드라마 ‘이 과장의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를 추천하고 싶다. 직원 채용부터 상하 관계까지 정상적인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어느 중소기업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5인 미만 기업에 다녀본 청년들은 ‘좋좋소’를 보고 “바로 내 얘기”라고 무릎을 치면서도 고통의 기억에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야간, 휴일에도 일하지만 야근수당, 휴일근로수당은 없고 회사 복지는 냉장고, 컵라면, 믹스 커피 정도다. 사장이 기분 좋은 날 “A는 오늘부터 주임, B는 대리”라며 깜짝 승진을 시키는데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 월급이 한 푼도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29세 신입 사원 조충범이 첫 출근날 근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사장은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라고 눙친다. 이 말은 실제로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 업주들이 신입 근로자들에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좋좋소’의 기업은 직원이 6명이지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근로 기준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등 정책 오류와 규제 남발이 수많은 조충범을 양산하는 풍선 효과를 일으켰다.
현재 전국에 5인 미만 사업장은 120여만개로 전체 기업의 65%를 차지한다. 근로자 수가 500만명이 넘는다. 민노총 근로자 100여만명의 5배다. 이들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그래도 조충범은 나은 편이다. 아예 취업 활동을 포기한 채 집 안에 박혀 있는 구직 단념자가 63만명이나 된다. 어느 청년이 이력서 150장을 남긴 채 숨진 고독사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사이 문 정부 친노동 정책의 혜택은 노동계 최상위 포식자인 강성 귀족 노조의 몫이 됐다. 어떤 대기업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1000만원대 임금 인상안까지 거부하고 64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 엄포를 놓았다. 귀족 노조가 불법 집회를 일삼고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비웃고 경찰 뺨을 때리는 세상이다. “문 정권과 귀족 노조가 기득권 공동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힘없는 조충범들만 서럽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요란하게 청년 공약을 내놓고 있다. 청년 기본소득·기본주택, 무상 등록금, 전역 장병 3000만원, 무상 생리대, 자궁경부암 무상 백신까지 등장했다. 모두가 세금 퍼주기다. 일자리 공약도 “100만개” “200만개” 외치며 숫자 놀음만 한다. 후보들이 유튜브에 나와 청년들에게 아첨하며 표를 구걸하는 쇼가 가관이다. 정말 이 나라 젊은이들을 개돼지 수준으로 아는 모양이다.
문 정부 요직에 앉아 부동산을 비롯한 온갖 정책 실패로 청년을 벼락 거지로 만든 장본인들이 무슨 낯으로 이제 와서 청년을 입에 담나. 그것도 모자라 천문학적 나랏빚과 연금 부채의 짐까지 청년들에게 떠넘길 판이다. 후보들이 마구 던지는 선심 공약들이 하도 많아 계산조차 힘들다. 그 부담 역시 청년들 몫이다.
지금 청년들에게 절실한 건 공짜 배급이 아니라 일자리다. 세금 퍼부어 급조한 가짜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들이 만드는 진짜 일자리다. 진짜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정권과 귀족 노조의 기득권 야합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처, 슈뢰더, 마크롱이 정치 생명을 걸고 했던 노동 개혁이다. 그런데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 누구도 노동 개혁은 말하지 않는다. 대선 날까지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