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해제했다가 한 달 만에 확대 재지정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박은 부동산 대못을 뽑았는데, 후폭풍이 너무 거세지자 더 큰 못으로 구멍을 틀어막은 꼴이다.
사실 토허제는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급등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2020년 아파트에 토지 지분이 몇 평 있다는 걸 근거로,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집을 사고팔려면 관청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사유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反)시장 정책이었다. 서울 반포, 용산 등 비(非)토허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 효과를 낳았고, 정작 토허제 지역 집값 억제 효과도 미미해 정책 효과 면에서도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토허제는 언젠가 해제할 수밖에 없는 시한부 정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해제 시점이다. 되짚어 보자면,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서울 집값이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지던 2022년이 해제 적기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두려워해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법령에 토허제 설정 기한이 ‘5년 이내’로 되어 있다는 걸 근거로, 시장에는 올해 6월 말이 시한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는 시점만 몇 달 앞당긴 것뿐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토허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었다. 토허제 해제 방침이 섰다면 충격을 완화할 환경을 먼저 조성한 뒤 해야 했다.
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의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옥죄는 온갖 규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시장에는 ‘똘똘한 한 채’가 정답이라는 새 흐름이 생겼다.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하자 ‘이번이 똘똘한 한 채를 살 마지막 기회’라는 매수 심리가 튀어 올랐다. 강남권 곳곳에서 ‘신고가’ 행렬이 이어졌다.
오 시장의 오판은 시장의 역동성을 경시한 데서 나왔다. 얼마 전 암호 화폐 거래소 기업들이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을 싹쓸이 매수하고 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코인 광풍 덕에 번 돈을 안전 자산인 강남 부동산에 묻어두려 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라고 다를까. 오 시장은 토허제 재지정 기한을 6개월로 잡았지만, 똘똘한 한 채 흐름을 잡지 못하면 토허제를 해제하는 즉시 눌렸던 가격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것이다.
똘똘한 한 채가 상징하는 집값 초양극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다만 문제의 근원이 다주택자 악마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이중 삼중 규제를 풀어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문제를 푸는 원칙으로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반면 균형 감각도, 용기도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걷어차 버렸다.
문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다고 만든 ‘임대차 보호법’은 전세 대란을 낳아 주거 취약 계층을 곤경에 빠트렸다. 전기료 인상을 막아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만들고, 일률적 주 52시간제로 기업 연구 개발(R&D) 역량을 갉아먹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참사를 낳는 등 민주당 정부는 반시장 정책을 남발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온갖 부작용을 세금 살포로 틀어막느라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불렸다. 조기 대선으로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전세 10년 계약제 같은 ‘부동산 대못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