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17일 김해 공항을 이륙하는 항공기 /뉴시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 위원회가 17일 “김해 신공항 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예상대로 2016년 확정했던 김해 신공항 안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 김해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경제성이었다. 김해 확장에는 4조1657억원이 들지만 2위 밀양은 5조8212억원, 3위 가덕도는 10조201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김해와 가덕도 차이가 6조원이었다. 가덕도는 바다 매립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건설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런데 이날 검증위는 “경제성 문제는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안전·소음·수요·환경 4개만 봤다고 했다. 건설비로만 4조~10조원 혈세가 들어갈 초대형 국책 사업을 뒤집으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성은 하나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상에 돈을 따지지 않는 사업 검증도 있나.

정말 김해 확장안에 문제가 있다면 신공항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상식이다. 민주당 3선 의원을 지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수요 조사부터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할 때는 지킬 절차가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위한 특별법 필요” “2028년까지 완공”이라며 ‘가덕도 속도전’에 돌입했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는 가덕도 카드를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이기 위한 요식 절차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에 신공항 후보지로서 3위 판정을 받았던 가덕도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보궐선거용 최적 카드로 선택됐다. 지역에 국민 세금이 많이 퍼부어지니 지역민들이 더 좋아할 것이란 계산이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는 사실이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14년째 요동치는 건도 결국 선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성추행’으로 날아간 부산시장을 되찾으려고 신공항을 다시 꺼낸 것이다. 선거 치를 때마다 공항이 생긴다. 노태우의 예천공항, 김영삼의 양양공항, 김대중의 무안공항이 대표적이다. 양양과 무안은 해마다 수백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

문제는 선거용 매표 행위란 비판이 오히려 정권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언론이 비판할수록 표 얻기는 더 좋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민주당은 수도 이전 공약으로 막대한 정치적 이득을 본 경험이 있다. 이후 충청권은 민주당 우위가 됐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수천억~수조원이 들어가는 지역 사업을 예비 타당성 검증 없이 뿌린 것도 매표 행위였지만 선거에서 압승했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야당도 여당만큼 주겠다고 했지만 유권자들은 곳간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는지 안다. 가덕도 신공항도 야당이 반대할 수 없다. 피해는 나라와 전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전 국민이 볼 피해는 나서는 사람 없이 그냥 넘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