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교체하는 개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박능후 복지부,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재임 기간이 오래돼 교체 대상이고,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최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인지 학습 기회’라고 말한 게 교체 사유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전에도 개각을 하기 전 여론 추이를 보기 위해 미리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려왔다. 개각 검토 보도에 청와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국정 난맥으로만 보면 가장 먼저 교체해야 할 장관은 강경화 외교, 추미애 법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일 것이다. 이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손가락으로도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다른 장관은 몰라도 이들은 유임할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유임한다면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을 한다며 무도한 방법으로 울산 선거 공작, 펀드 비리 등 정권 범죄에 대한 수사를 모두 막고 있다. 그런 추 장관이 앞으로도 악역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김 장관은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으로 ‘미친 집값’을 촉발한 책임자다. 23차례 규제 일변도 대책과 임대차법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로 전세 대란이 촉발돼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유임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잘못이 있으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이 있으니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외교장관이란 직함만 있고 하는 일이 없는 허울뿐인 장관이다. 외교부가 있으나 마나 한 부처라는 사실을 외교부 직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태다. 강 장관은 공무원 서해 피살 당시 청와대 안보장관 회의에도 참석 못 하더니 최근 대일 외교에서도 배제됐다. 다주택 보유, 남편의 외유 같은 사생활만 연일 화제다. 그런데도 강 장관은 “기를 쓰고 다 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패싱당한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외교장관을 또 유임하는 것은 청와대가 바라는 대로 ‘있으나 없으나 한 존재’가 돼 준 ‘공로’일 것이다. 개각이 의미가 있으려면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추미애·김현미·강경화 장관을 그대로 두는 개각이 무슨 의미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