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 임대주택 행사에 인테리어비와 행사 진행비 등 총 4억50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당시 41㎡(전용면적 12평)짜리 복층형과 44㎡(13평)짜리 투룸형 아파트를 둘러봤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두 집을 꾸미기 위해 커튼과 침대, 식탁, 벽그림 등을 새로 넣고, 인테리어 보수 공사까지 했다. 여기에 4290만원이 들었다. 또 행사 진행을 위한 MC 섭외와 영상 촬영, 유튜브 비용 등으로 4억1000만원을 썼다. 여기에 그 임대주택 전세보증금(6000만원)의 7배 가까운 돈을 썼다. 같은 크기의 인근 민간 주택 전셋값(2억원 안팎)의 2배가 넘는 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집을 둘러보며 “아주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 “아늑하다”고 했다. 또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국민들 눈을 속인 ‘쇼룸’이었다. 이래 놓고선 ‘공공 임대주택이 이렇게 살기 좋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정을 알고도 배우로 나서 이런 쇼를 했다면 할 말이 없고, 모르고 했다면 한심할 따름이다.
사실은 이 아파트 단지에선 누수와 곰팡이 등 하자 신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입주자 모집을 했지만 아직도 1640가구 중 25%(410가구)가량이 비어있다고 한다. 일부 입주민은 “LH 측이 대통령에게 보여주겠다고 새벽까지 드릴 작업과 공사를 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번 쇼 역시 탁현민 비서관이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현장에도 동행했다. 이 행사 진행은 탁 비서관 때 대통령 행사를 수차례 수주했던 이벤트 업체가 맡았다. 4억원의 돈이 대행료로 지불됐다. 벌써 몇 번째인가.
문 정권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정책의 내실이 아니라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TV 발표 쇼만 화려하게 하면 나중에 그 정책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 행사 대부분이 이런 ‘탁현민 쇼’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6·25 70주년 국군 유해 운구 행사, 각종 경제 비전 선포식 등이 다 그랬다. 화려한 영상과 레이저 쇼 등으로 국민 눈길은 잡았다. 하지만 내실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과 백신 확보에는 실패해 놓고 홍보에만 열을 올려왔다. 이달 들어 6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전 부처와 광역단체에 K방역 우수성을 홍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K방역 홍보 다큐멘터리를 찍고 광고 영상을 올리겠다고 난리다. 이들은 ‘국민은 또 속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