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하면서 참모를 통해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제청을 하면 대통령은 재량 없이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고 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징계 결정권이 없고 책임도 없다는 취지였다. 같은 논리라면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도 대통령은 총리의 제청을 따르기만 할 뿐 인사 결정권도 재량권도 없다는 뜻이 된다. 말이 되는가. 인사든 징계든 제청 이전에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고 법무장관은 악역을 맡아 집행했을 뿐인데, 대통령이 뒤로 숨어 본인의 책임을 피하려고만 한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여권은 그동안 윤 총장을 쳐내기 위해 별별 무리한 일을 다 했다. 막후에서 이를 조정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는 걸 모를 국민은 거의 없다. 고기영 전 법무차관이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하며 사퇴하자, 징계위 강행을 위해 바로 다음 날 친여(親與) 성향 이용구 차관을 임명한 이도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을 빼는 것처럼 하니 국민을 바보로 아나.
문 대통령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이라는 심각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아직 단 한마디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친구의 당선이 ‘소원’이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다. 유재수 비리 비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등에 대해서도 먼 산만 보고 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윤 검찰총장은 곧바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직무에 복귀시켰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된다면 문 대통령이 부당한 징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예상해 ‘나는 재량권이 없어 결재만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제 공은 또 법원으로 넘어갔다. 윤 총장 징계 소동의 본질은 문 대통령이 자신과 정권의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