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민들은 오는 4월 7일 보궐선거 추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질 이번 선거, 특히 서울 선거는 내년 대선의 향배를 결정짓는다. 집권당이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때문에 열리는 보궐선거에서마저 이긴다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 싸움으로 흘러갈 게 뻔하다. 지난 총선 이후 일방적인 독주를 해온 정권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어진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최소한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다.
야권이 수도권 절대 강세인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길은 후보 단일화밖에 없다. 모든 여론조사가 야권 후보가 단일화돼도 박빙의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냥 야권에서 후보를 한 명 추리는 정도로도 부족하다. 패자가 승자를 전폭 지원하는 단일화가 돼야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
그러나 야권 분위기는 이런 단일화를 기대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당선될 수 없기 때문에 들어올 수 없다고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사이 얘기를 굳이 밝혀서 야권 지지자들에게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유도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안 대표가 범야권 후보가 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대표 입장에서 소속 인사로 단일화되기를 바라는 것이야 뭐랄 수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얼마 전에는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상식 밖의 말을 하기도 했다. 당 밖 후보로 단일화되는 상황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투다.
애초에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거나, 국민의힘이 안 대표가 제안한 원샷 경선을 수용했다면 순조로운 단일화가 성사됐을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래서 안 대표가 과거 여러 차례 임했던 단일화가 늘 모양 안 좋은 결론으로 끝났던 전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야권의 큰형 격인 국민의힘의 배타적 자세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과 내 힘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오산이 야권의 단일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결말엔 또 한 번의 예정된 패배가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