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이 조선시대 예송(禮松) 논쟁을 연상시키는 적자·서자 공방만으로 부족했는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역주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가 운영이나 민생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을 격려한 적이 있었다며 “백제가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지만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지형이 바뀌어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 정세균 전 총리는 “천박하고 부도덕한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겉으로는 서로를 향해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지역주의 선동이나 다름없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해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그 틈을 노려 “나는 의장석을 점거하고 투표를 막았다”고 차별화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놓고 조선시대 신분을 구분 짓던 적자, 서자, 얼자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홍보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댓글 조작 혐의로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통화에서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자 이 지사 측은 “문심(文心)을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파탄 난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지, 청년 세대를 절망에 빠트리고 있는 부동산 대란과 구직난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맞부딪치는 치열한 토론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웠는지, 문재인 현 대통령의 마음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놓고 초등학생 수준의 말다툼만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것으로 후보가 정해지는 정당이라면 경선이 왜 필요하나. 수백년 전 왕조시대로 퇴행하는 집권당 경선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