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저출산·고령화 정책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5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저출산 원인을 진단한 외부 용역보고서도 함께 공개했는데 이 보고서는 사교육비, 주택가격, 실업률이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같이 문 정부 들어 악화된 지표들이다.
오락가락 입시정책 탓에 문 정부 출범 후 사교육비는 25%나 늘었다. 잘못 설계한 부동산 정책은 서울 집값을 4년간 86% 끌어올렸고,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을 5000명대로 추락시키는 고용 참사를 촉발했다. 정부가 출산 기피를 부추기는 경제·사회적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책이라며 예산만 쏟아붓고 있다. 효과가 있을 턱이 없다.
문 정부 출범 전 1.17명이던 합계 출산율은 올 2분기 0.84명으로 떨어졌다. OECD 꼴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인구 자연 감소국이 됐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공급, 총수요, 투자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경제를 침체에 빠트린다. 특히 작년부터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가 시작된 것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돈 풀어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려고 한다. 문 정부 5년간 국가부채가 400조원 이상 늘어 내년엔 1000조원을 넘어선다. 다 미래세대 부담이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평생 벌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렵고, 세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게 뻔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비혼(非婚)·비출산은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청년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지 못하면 어떤 저출산 대책도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 취업·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임금 체계와 규제 장벽을 허물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고쳐야 한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국민연금 수술과 교육개혁, 재정건전성을 지켜줄 재정준칙 시행 등 전반적인 국정 개혁이 수반돼야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