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평론가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의 ‘보은 인사’ 논란이 난데없이 친일파 공방으로 번졌다. 이 전 대표 측 신경민 전 의원은 “황씨가 일본 음식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 음식은 ‘그 아류이고 카피를 해 온 거다’라는 멘트가 너무 많다”면서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했다. 이에 황씨는 “이 전 대표가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며 “일본 총리나 하라”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가 2019년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참석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여권이 야당 등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때 썼던 ‘친일 씌우기’를 자기들 내부 싸움에도 동원한 것이다. 애초 황씨 논란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맡을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한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발언과 관련해 “이해가 간다”고 옹호한 데 대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본질은 없어지고 ‘친일파 몰기’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그간 외교나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려워지면 느닷없이 죽창가를 부르고 반일을 외쳤다. 자신들을 비판하면 ‘친일파’라고 비난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반민족 친일”이라고 매도할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앞에서 손뼉을 치는 지경이다. 이들에게 ‘친일’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정치 무기’다. 그 무기를 이제 서로를 향해서도 겨누게 된 것이다. 수틀리면 누구든 ‘친일’로 몰아 공격하는 게 이 정권 사람들의 습성이 돼 버렸다.
연미복은 일본 제복이 아니라 유럽 등에서 자리 잡은 의전 복식이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외교 행사에서 입었다. 황씨가 일본 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친일파로 모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양쪽은 서로 친일 프레임을 씌우기 바쁘다. 언제까지 이 치졸한 ‘친일파’ 몰이를 할 건가. 세계 선도국을 바라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집권당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니 외국에서 볼까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