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1.10.12/연합뉴스

검찰이 12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에 대해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의 동업자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검찰 조사 전후로 수차례 말을 바꿨다. 김씨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며 배당금을 누구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런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는 다른 말을 했다. ‘그분’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김씨는 “사업자 간의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말했다”고 했다. 김씨의 말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에는 그의 변호인이 나서 김씨가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가 장시간 조사를 받아 피곤한 상태에서 잘못 말했거나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랬다 저랬다 끝이 없다.

말을 바꾸는 건 잘못을 숨기려 할 때 흔히 하는 행동이다. 김씨는 대법원 출입 기록에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써놓고 “대법원 구내 이발소에 갔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했다. 그의 말은 이미 조금의 신뢰도 얻기 힘들다.

대장동 의혹의 진실은 수사로 밝히는 수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에 1억466만원을 출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이 ‘그분 것’이라는 녹취록은 의혹의 몸통을 밝힐 수 있는 단서다. 이미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김씨보다 네 살 아래이기 때문에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은 유씨보다 윗선일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가 추진한 것인데 산하기관 본부장인 유씨가 수백억원을 혼자 챙겨갈 수 있다고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천화동인 1호의 진짜 주인이 따로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가 이 사건의 의혹을 풀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