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로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가 ‘그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만배씨는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 변호사는 이에 대해 “녹취록에 나온다고 하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분’의 정체에 대해선 “당사자만 알 것이며 추측성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구속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지칭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며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고 가장 큰형은 김만배 회장이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에 1억466만원을 투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김씨 동업자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김씨의 ‘그분’ 발언이 알려지면서 ‘절반’인 600억원의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당연히 ‘그분’은 대장동 특혜 구조를 총괄한 ‘몸통’격 인물로 추정된다. 유 전 본부장이 바로 ‘그분’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왔지만 성남시가 추진한 1조원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산하기관 본부장에 불과했던 그가 수백억 원을 뒤로 혼자 챙길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씨가 자신보다 네 살 아래인 유 전 본부장에게 극존칭을 썼을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분’은 유 전 본부장 윗선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남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김만배씨한테 들은 건 사실”이라며 대장동 동업자들끼리 평소 호칭을 예로 들며 ‘윗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남 변호사는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을 얘기했는데 줘야 할 돈이 약 400억원부터 700억원까지 조금씩 바뀌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이 낮다고 했으니 유 전 본부장은 ‘윗선’에 배당금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씨가 ‘그분’ 발언에 대해 한 적이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 말을 바꾸는 것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직결된 ‘윗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일 수 있다.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의 본질은 ‘그분’의 실체와 위법 행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단서가 나왔는데 검찰이 ‘그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어떤 수사 결과라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