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월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서울애화학교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강북 우리마을 교육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내년 3월부터 매년 600억원씩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PC 1대씩을 무상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3까지 학생을 둔 서울의 각 가정은 98.6%가 원격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다. 그동안에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원격 수업에 필요한 태블릿 PC를 무상 지급해 왔는데, 앞으로는 교실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학교 1학년생 전원에게 무상 태블릿 PC를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난 2년간 학생들은 거의 강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경험했다. 교실에서 대면 수업을 받던 것에 비하면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 지금 교육청은 코로나 비대면 수업으로 뒤떨어진 학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를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수업 듣는다는 이유로 책 대신 디지털 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쩍 더 늘어난 자녀들을 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온라인 콘텐츠 준비도 없이, 온라인 교육 방식이나 교육 효과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검증도 없이 중1 전원에게 무턱대고 무상 태블릿 PC부터 뿌리겠다고 한다. 오죽 날림 정책이었으면 좌파 조희연 교육감이 하는 일인데도 전교조 서울지부가 “넘쳐나는 돈을 주체 못 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보도자료를 냈겠나.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예산으로 이미 1인 1기기를 가진 중학교에도 새로 기기를 신청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예산 낭비에, 전형적인 선심 행정이다.

교육감 선거가 있는 내년에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21%(11조1000억원) 늘어나 64조원에 달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가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정되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육청은 가만 앉아서 ‘돈벼락’을 맞으니 자꾸 엉뚱하게 돈 쓸 궁리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