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이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갑자기 꺼내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유예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이철희 정무수석도 14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지도부에게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아이디어를 제가 내서 당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며 반발했지만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법안 일방 처리를 이끌었던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과거 입장을 180도 바꿔 이 후보 공약이 옳다고 지지했다. 청와대가 이날 명확한 반대 의사를 내놓았는데도 이 후보는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고 공급 확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여권 전체가 혼돈에 빠진 형국이다.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문재인 정부의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은 총체적 실패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그 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작년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행 시점인 올해 6월까지 과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실제로는 다주택자 전체 주택 매도량이 대책 발표 직전 달과 비교해 다음 달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 등 매물 잠김 현상만 확산됐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의 주택난은 더 심화됐고 집값은 한층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만 커져갔다.
그런데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민심의 비난을 모면해보려는 이재명 후보와 당 지도부는 손바닥 뒤집듯 자기들이 통과시켰던 법안을 사실상 철회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고, 청와대와 정부는 망가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에 직접, 간접으로 관련된 국민은 매우 많고 이 문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또한 지대하다. 그런데 이 중대한 문제를 놓고 여당 대선 후보가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덜컥 공약을 던지고 청와대는 이에 반대한다면 국민은 누구를 쳐다봐야 하는가. 문 정부 내내 부동산 문제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더니 마지막까지 대혼돈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