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차관 /조선DB

택시기사 폭행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차관에 대한 첫 재판이 범행 13개월 만에 열렸다. 그러나 이씨의 변호인이 “혐의와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면서 내년 1월 말로 재판이 미뤄졌다. 법과 원칙대로 했다면 이씨는 오래전에 1심 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기사를 폭행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나왔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재판이 늦어질 이유가 무엇인가.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씨를 경찰과 검찰이 봐주기 수사와 늑장 기소로 도왔다. 이씨는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며 증거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 담당 경찰은 기사가 폭행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안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 취재로 드러나자 검경은 재수사, 진상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쇼였다. 단순한 사건을 10개월이나 붙잡고 있다가 재판에 넘겼다.

이 정권이 자신들의 불법을 덮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와 재판을 가로막은 일은 한둘이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저지른 중범죄다. 선거 후 3년 반이 지났지만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기막힌 일이다. 정권은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했고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을 몰아냈다. 검찰이 작년 1월 기소했지만 이번엔 법원이 재판을 뭉갰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를 붙박이로 두고 재판을 맡겼고, 김 판사는 1년 3개월간 공판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의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도 청와대 앞에서 멈췄다.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고 댓글을 달면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검찰이 지난 14개월간 대통령을 조사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친정권 검사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백운규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 기소를 막으며 대통령을 호위하고 있다.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와 연관된 이상직 의원이 회삿돈 55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되는 데도 1년이 넘게 걸렸다.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도 특검을 하지 않았다면 검경의 가짜 수사로 다 묻혔을 것이다. 이 정권이 경찰, 검찰과 법원을 비틀어 행한 ‘법치 농단’은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