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어 '공시가격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오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2월 6일 이 후보가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선대위에서 발언하는 장면./국회사진기자단

그동안 공시가 현실화를 주장해오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우선 (공시가에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민주당에 요구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68가지 민생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공시가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20일 공시가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지사이던 지난 2019년 “현행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공시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종부세보다 훨씬 센 ‘국토보유세’를 매기자는 공약도 냈다. 그랬던 이 후보가 갑자기 보유세를 비롯한 각종 국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 현실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하도 손바닥 뒤집듯 돌변하니 보는 국민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평균 73%나 올려 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건보료 폭탄을 떠안겼다. 올해만 해도 종부세액이 작년보다 3.2배 늘었고, 재산세도 20~30%씩 오른 곳이 많다. 건보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생계가 곤란해진 은퇴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을 5년간 지켜보기만 하며 국민 아우성을 외면하던 이 후보가 이제 와서 공시가 인상이 과도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 후보로선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자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몇 달 전만 해도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의 실패가 아니라 관료의 저항으로 인한 실패”라며 문 정부를 옹호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세도 갑자기 ‘1년간 유예’를 주장해 시장에 혼란을 주었다. 이로 인해 양도세 인하 뒤로 매매를 미루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시장이 ‘거래 절벽’ 에 빠져들고 있다.

마치 딴사람이 된 양 입장을 뒤집으면서도 변변한 사과나 해명조차 없다. 이 후보 본인은 ‘실용주의’라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 눈엔 철학도, 신념도 없이 오직 표만 좇는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